벌써 3년이 넘었네요. 2015년 1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스위스 레로쉬에 입학한 한다원 학생이 3.5년의 학부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난 6월에 졸업을 하였습니다. 졸업을 축하하며, 입학부터 졸업까지 레로쉬 생활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간단한 자기 소개 먼저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2018년 6월에 스위스 레로쉬를 졸업한 한다원입니다.

<졸업식날 함께 학사모를 쓴 한국인 학생들과 (아래 가운데가 한다원 학생)>

– 유학생활이 처음이었는데 레로쉬에 대한 첫인상과 학교생활은?

첫 날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짐도 못 푼 상태에서 신입생 체크인을 거쳤어요. 그 때 처음으로 한 공간 안에서 많은 외국인 친구들을 보게 되었는데 내가 과연 이 친구들과 같이 학교 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을까? 걱정 반 설렘 반 이었죠. 말씀하신대로 저는 유학생활이 처음이었습니다. 일반고등학교에서 배웠던 수능식 영어와 레로쉬 입학을 준비하기 위해 배운 영어로는 턱없이 부족했고 매 수업이 끝나고 나면 그야말로 ‘멘붕’이 왔어요. 방과 후나 주말을 반납하며 수업내용을 따라가느라 힘들 때가 많았는데 그럴때마다 너무 고맙게도 친구들이 도와주면서 유학 생활을 평탄하게 해나간 것 같아요.

– 레로쉬 입학하기 전과 후의 자신을 비교한다면?

레로쉬 입학 전에는 수줍음이 많고 얌전했다면, 지금은 매 순간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는 태도를 갖게 되었어요. 그리고, 예전에는 실수 하는 게 무섭고 두려웠다면 실습수업을 통해 ‘실수해도 괜찮아’ 라는 식으로 바뀐 것 같아요. 다들 처음 배우고 익숙하지 않은 실습을 하면서 실수를 많이 하는데 그러면서 더 많이 배우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끔 와인잔을 깨도 속으론 당황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행동했어요.

– 나에게 레로쉬란?

제가 생각하는 레로쉬는 스위스의 작은 마을에 위치한 캠퍼스에서 정말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함께 배우고 생활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선 느껴보질 못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학교라고 생각해요. 학교가 위치적으로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어서 평소에는 학업에 집중할 수 있고 정말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있었기에 저에게는 많은 추억들을 안겨준 곳이에요.


<함께 졸업한 같은 반 친구들과>

– 인턴십 경험에 대해

3년 반의 학부과정 동안 총 두 번의 인턴십을 하게 되는데요. 저는 첫번째 인턴십을 한국에 있는 JW Marriott Seoul 에서 크로스트레이닝으로 첫 3개월은 오퍼레이션(프론트,식음료 등등)으로, 나머지 3개월은 백오피스에서 인턴근무를 했습니다. 호텔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뷔페 레스토랑에서 저의 첫번째 인턴십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제가 막내다 보니 조식 서비스 준비, 세척이 끝난 그릇을 하나하나 다시 확인하고 손님들이 사용하실 수 있게 밖으로 옮겨놓는 일이 주된 일이었어요. 여기까지만 보면 대부분 의문을 가지실거에요. ‘그릇을 옮기는 게 주된 거라고?’ 초반에는 저도 왜 여기서 고생을 하고 있을까 하며 힘들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바닥부터 경험해봐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참고 견딜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같이 일하는 선배님, 캡틴님, 매니저님이 많이 챙겨주셔서 3개월의 식음료 부서에서의 인턴근무를 마무리했습니다. 그 후 3개월은 인사부 과장님께서 같이 일하면서 배워보는 것을 제안해주셔서 인사부에서 근무했습니다. 회사 내 직원들을 위한 데일리 신문 제작, 교육이 있으면 일정에 맞게 준비물을 챙기고 보조해드리며, 사내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들을 준비하면서, 직원 복지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인턴십 근무지는 홍콩의 Harbour Grand Kowloon 호텔이었습니다. 영화 ‘도둑들’에서 배우 전지현이 수영했던 호텔로 유명한곳인데, 저는 이 곳 프론트 오피스에서 근무했습니다. 제가 맡은 일은 체크인/아웃, 손님들이 호텔 내 부가 서비스를 이용할 때 궁금하거나 불편한 점이 있다면 도와드리고 피드백을 받는 일이 주업무였습니다. 홍콩은 늘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나라이기 때문에 유명 관광지로 가는 법이나 맛집을 물어보시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관광지에 대한 정보는 같이 일하는 동료로부터 많이 배웠고 맛집 같은 경우는 백문이 불여일견, 퇴근 후나 오프일때 직접 가서 먹어보기도 했습니다. 손님들께서 많이 좋아해주시고 고맙다며 손편지나 간식을 챙겨주실 땐 피로가 싹 풀리는 마법을 경험했답니다.

– 학교수업과 인턴십을 잘 마칠 수 있었던 비결은?

수업 중에 이해가 안되는 것이 있을 땐 반드시 질문을 하라고 배웠습니다. 교육을 받는 학생의 권리라며 질문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지 말라고 교수님들께서 늘 말씀하셨죠. 하지만 한국에서의 주입식 교육 때문인지 수업 내용이 이해가 안될 때 내가 부족해서 모르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터라 ‘수업 중 질문’ 이 처음부터 쉽진 않았습니다.

그러다 한두번 용기 내어 질문하게 되고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며 설명해주시는 교수님을 보고 점차 수업에 잘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홍콩에서 인턴십을 할 때도 일을 하다가 모르거나 의문이 들면 동료 직원에게 시간 날 때마다 물어보았고, 가끔은 귀찮아 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세세하게 다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업무 범위보다 더 많이 배우고 잘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여가시간이나 방학에는 주로 무엇을 했나요?

학기 중간중간에 1~2주 가량의 짧은 방학이 있어서 감사하게도 친구들, 동기들과 같이 근처 나라로 여행을 다녀올 기회를 가졌어요. 맛있는것도 먹고 한번쯤은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곳에 직접 가게 되면 그동안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풀리는 힐링 그 자체였어요. 한 학기를 마치면 다음 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한 달 정도 방학이 있는데 그때는 가족이 있는 한국으로 돌아가 친구들도 만나며 휴식을 취했습니다.

– 학교 내에서 특별한 활동을 했다던데

4학기에 ‘Toastmasters Club’ 이라는 영어 스피치 동아리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며 피드백 받는 클럽활동을 했었고 마지막 7학기에는 와인클럽 (간단한 설명을 듣고 시음하는 동아리), SGA(Student Governance Association) 커뮤니케이션팀으로 들어가 학교에서 열리는 이벤트 홍보활동이나 포스터 제작을 했습니다. 특히 Toastmasters Club 활동을 하면서 남들 앞에서 영어로 발표할 때 가졌던 울렁증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캠퍼스가 위치한 지역이 스위스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라서 와인클럽에서는 유명한 소물리에를 초빙하여 설명을 들으며 귀하고 비싼 와인들을 시음할 기회를 갖기도 했습니다.

– 레로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레로쉬에서 기억에 남는 일은 정말 셀 수 없이 많아요. 친구들이 자기 나라 음식과 과자 등을 만들어 와서 같이 먹으면서 영화를 보고, 동기들과 날씨 좋을 때 근교로 즉흥여행을 갔던 날, 졸업 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된 팀원들과 며칠을 같이 밤새다가 마지막 날에 다들 반수면 상태로 프린트하면서 감격했던 일까지…. 정말 레로쉬가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좋은 동기, 친구들과 함께 했던 일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 호스피탈리티 경영학으로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이제 막 호스피탈리티 경영학 과정을 수료했기 때문에 불과 서너살 어린 학생들에게 거창하고 의미 있는 조언을 해줄 수는 없지만, 약 4년 전에 진로를 고민하고 있던 저에게 말할 수 있다면, 이 분야의 일은 생각해왔던 것보다 더 힘들겠지만 그만큼 뿌듯하고 보람차며, 수학처럼 정확한 풀이와 정답이 없지만 배울 수록 재미있을 것이라고 애기해주고 싶네요. 그리고 실습할 때 실수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고도요! 실수하더라도 마음 편하게 가지고 더 배우려는 자세를 통해 실수를 만회하고 점점 더 성장할 수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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