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22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주립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 UCSD)에서 4주 동안의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하였다. 애초에 이 학교를 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일단 동부보다는 서부의 체재비가 저렴하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서부였고, 당시 어학연수가 끝난 후 그곳에 남아 멕시코 일대를 여행하고 올 계획이었던 나로서는 남쪽이 좋았다. 캘리포니아 남부에 있는 유명한 대학이라면 UCLA와 UCSD정도이겠는데, UCLA는 한국인이 많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에 어쩐지 끌리지 않았다. 그렇게 단순한 이유로 샌디에고 행을 결심했고, 처음 생각했던 대로 이루어진 일도 있고 이래저래 한계를 깨닫게 되어 접은 일도 있지만 어떻게든 무사히 다녀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애초에 거의 준비를 하지 못하고 무작정 나갔다 온 나였기 때문에 그만큼 우여곡절도 많았고, 그 과정에서 깨닫게 된 것도 많았다. 이 글에는 단순히 내 경험담을 나열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내 자신이 온몸으로 부딪쳐가며 배운, 많은 분들이 갖고 계실 몇 가지 궁금증과 환상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보고자 하였다. 부디 많은 후배분들이 이 글을 통하여 실질적인 도움을 받게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1) 어학연수를 가며 갖고 있어야 할 마인드

① 만약 여러분의 목표가 토플․토익 점수 상승이라면, 해외 어학연수는 그다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차라리 국내 유수의 영어학원들에 기대하는 편이 낫다. 우리가 한국어를 대하는 태도가 그러하듯, 영어 원어민들이 영어를 대하는 태도는 학문적이라기보다는 상당히 본능적이고, 두리뭉술하다. 이를테면 어떤 구문에 대한 문법적 설명을 요구했을 때 ‘그냥 그게 맞다’고 대답하는 식이다. 대부분의 대학이 제공하는 어학연수 코스는 크게 academic english와 conversation english 코스로 나누어져 있다(가끔 전공에 따라 특화된 수업-business, medical 등-을 제공하는 대학도 있다). 이 둘 중에 나는 단연코 후자를 권장하겠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전자를 택할 바에는 방학동안 서울에서 하숙하면서 해커스 어학원 같은 곳을 다니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② 수업이 다가 아니다. 혹시라도 수업시간에 열심히 수업 듣고, 남는 시간에는 도서관 같은데 가서 영어 공부를 계속하겠다는 식의- 말 그대로 섬머세션 기간 동안 영어 공부만 열심히 하다 오겠다는 류의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런 분들 또한 차라리 한국에서 열심히 영어 공부를 파는 편이 나을 것이다. 섬머세션을 통해 외국에 간다는 것은 단순히 영어를 쓰는 사람들 속에 둘러싸인 채 살 수 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일이다. 방과 후에는 과감히 학교 밖으로 나가라! 혼자라도 좋고, 거기서 사귄 친구와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수업 시간에 하는 영어 열 마디보다 학교 바깥에서 실제로 부딪치며 하게 되는 한 마디가 훨씬 더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물론이며, 우리와는 다른 사회 체계와 가치관, 문화에 관해 깊게 고찰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 또한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③ 가능한 한 외국인들과 어울려라. 우리가 한 번이라도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 대부분의 미국 대학에는 많은 한국인들이 몰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와중에서도 친숙한 한국인들만을 찾아다닐 것인지, 낯선 외국인들에게 말을 걸어 볼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문제이다. 사실 사람 심리라는 것이 대개 익숙한 것을 선호하게 마련이므로, extension(대개 대학교 내에서 외국인들 대상 어학연수를 제공하는 구역을 extension이라 부른다) 내의 그룹은 거의 국적 단위로 뭉치게 된다. 한국인, 대만인, 일본인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며 간혹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유럽계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며칠 지내다보면, 이들 중 도전을 선호하는- 자기 나라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대충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에 한국인이 나를 포함하여 다섯 명이었고, 그 외에 일본 사람 한명, 스위스 사람 한명, 이탈리아 사람 한명이 있었다.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20대 후반~50대에 이르기까지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친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샌디에고에 있는 동안 나는 방과 후에는 우리 학교에서 온 사람들과 어울려 이곳저곳 돌아다녔지만, 점심시간만은 클래스메이트들과 함께 먹었다.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은 서로의 모국어가 어차피 통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든 영어로 말을 하려고 노력하게 되기 때문에 영어 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같은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게 되는지도 알게 되는 즐거움이 있다. 이를테면 나는 일본인 클래스메이트(그녀는 20대 후반의 신혼주부였다)와 욘사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2) 미국에 대하여 갖고 있어야 할 마인드

① 미국은 정말 넓은 나라이다. 캘리포니아, 텍사스와 같은 주(state)가 사실 상 하나의 국가라고 보면 되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LA, 샌디에고와 같이 도시 이름처럼 지칭하는 것은 county라고 하는, 우리나라로 치면 도(都)에 해당되는 개념이다. 그래서 UCLA는 캘리포니아 주의 로스엔젤레스(Los Angeles) 카운티에 속한 웨스트우드(westwood) 라는 시(市)에 위치한 대학이고, UCSD는 캘리포니아 주의 샌디에고(San Diego) 카운티에 속한 라호야(La Jolla)라는 시(市)에 위치한 대학이다. 우리와는 넓이 개념 자체가 다른 나라라는 점을 명심해두자.

② 캘리포니아 같은 경우는 부자 동네라서 다들 자동차를 끌고 다니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어서인지,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지 않다. 내가 있었던 라호야 시의 경우는 버스 한 대의 배차간격이 평일에는 평균 30분 정도, 주말에는 1시간 정도였다. 게다가 대부분의 버스가 상당한 우회노선을 취하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도 상당히 길다. 예로 들어 내가 머물고 있던 숙소에서 샌디에고 다운타운에 위치한 그레이하운드 버스 디포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라호야 시의 버스를 타고 다운타운까지 가서 트롤리(노면전차)로 갈아타고 가는 과정에서 약 1시간 30분~2시간 정도가 소요된 반면, 자동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탔더니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LA의 경우는 지하철이 있긴 하지만, 내 경우는 주요 관광명소(헐리우드, 유니버셜 스튜디오 등)로 접근하는 데에만 용이했던 것 같다. UCLA까지 가기 위해서는 어떤 역에서 내려서 버스를 갈아타고 갔는데, 약 1시간 정도가 걸렸다. 또한 어바인(Irvine)의 경우는 내가 직접 가보지 않았지만, 그 곳으로 어학연수를 갔던 후배의 말을 들어보았더니 버스의 배차간격이 1시간이었다고 한다.

또한 주의할 점은 특히 LA와 같은 대도시의 경우, 대중교통이란 비교적 낮은 계층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는 점이다(차츰 교통체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중교통 이용이 권장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러한 듯). 어느 정도 돈이 있고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이라면 자가용을 이용하지, 결국에는 돈이 없는 사람들(주로 흑인이다)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자의 경우 밤에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내 경우는 아침에 다운타운 트롤리 역에 가는 길에 마약에 취한 듯한 노숙자들을 만난 적도 있고(정말 무서웠다), LA 지하철에서 무임승차 하다가 경찰에게 연행되어 가는 흑인들을 본 적도 있다. 단, 동부는 약간 사정이 다른 듯하다. 뉴욕 맨하탄의 경우는 심각한 교통체증과 주차공간의 부족 때문에 대부분의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하며, 보스턴의 버스나 지하철 또한 그다지 나빠 보이지 않았다.

(3) 그 밖에 하고 싶은 조언들

① 어학연수만 끝나고 냉큼 돌아오지 말고, 며칠이라도 여행을 하다가 돌아올 것을 강력하게 권장하는 바이다. 단순히 견문이 넓어지는 차원을 넘어,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② 도심 근처에 위치한 관광 명소라면 직접 다녀오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국립공원 같은 곳은 혼자서 가는 데에 한계가 있다. 이 경우 결국 여행사의 관광 상품을 이용하게 되는데, 만약 한국 여행사와 현지 여행사 중에서 고민한다면 내 경우는 단연코 후자를 추천하는 바이다. 나는 어학연수가 끝난 후 LA 소재 한인 여행사의 상품을 이용하여 3박 4일 동안 샌프란시스코까지 갔다가 다시 LA로 돌아왔으며, 그 이후는 개인적으로 에어텔(왕복 항공편 + 호텔 패키지. 정말 저렴하다!)을 예약하여 라스베가스에 갔다 왔다. 라스베가스에서는 현지 어드벤쳐 투어 여행사를 이용하여 그랜드캐년을 1박 2일간 다녀왔다. 대부분의 한인 여행사가 제공하는 그랜드 캐년 여행 상품이 라스베가스에서 버스를 타고 그랜드캐년까지 가서(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이다. 5시간쯤 걸린다) view point 한 곳에 서서 십 몇 분 남짓 사진 찍을 시간만 주는 데 반해, 내가 구입한 패키지는 라스베가스-그랜드캐년 간의 왕복 경비행기편을 제공했으며(1시간 걸린다. 비행기 안에서 한국어 안내방송을 신청하여 미드호, 후버댐, 그랜드캐년 웨스트림 등의 주요 명소를 내려다볼 수 있다), 낮 시간의 주요 view point 투어 및 sunset tour와 함께 그랜드캐년 국립공원 내에 있는 lodge에서의 숙박권 또한 제공했다. 그리하여 나는 그랜드캐년에서의 일몰은 물론 일출까지도 본 얼마 안 되는 사람 중 한명이 된 것이다.

반면 한인 여행사와 함께 한 3박 4일간은 정말이지 고난의 기간이었다. 한국 여행사들이 기본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짧은 시간동안 하나라도 더 많은 장소에 가자’이다. 그래서 하루의 대부분은 버스를 이용한 이동에 소요되며, 실제 그 장소에 머무를 수 있도록 허락받는 시간은 길어야 30분~1시간을 넘지 않는다. 마지막 날의 경우는 새벽부터 버스를 타고 서너시간인가 달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정작 샌프란시스코 시내는 버스를 타고 그저 통과하는 것으로 투어를 대신했으며, 금문교에 내려주며 약 10분간 사진을 찍을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1시간 동안 유람선을 탄 후에는 다시 너다섯시간 가량 버스를 타고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갔다. 폭포에서 약 30분주고, 엘캐피탄 앞에서 10분쯤 주고. 하루 종일 버스타고 이동하는걸 며칠 동안이나 하고나면 정말 몸상태가 말이 아니게 된다. 이쯤 되면 나 즐겁자고 하는 관광인지, 어떻게든 아등바등 조금이라도 더 많은데를 가보려고 발악하고 있는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결국엔 가치관 문제겠지만, 적어도 내 경우는 한국 여행사의 방식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③ 돈을 써야할 때는 아낌없이 쓰자. 이를테면 중간 환승을 거치는 항공편이 몇 십 불 싸다고 해도 가능한 한 직항편을 이용하는 편이 좋으며, 현지 여행사의 여행상품이 약간 비싸다고 해도 그 편이 훨씬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다. 항공편의 경우 나는 요금 몇 십불과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뉴욕에는 두 개의 공항이 있다. 라과디아 공항에서 맨하탄 도심까지는 약 15불 정도의 택시 요금이 소요되며, JFK공항에서 맨하탄 도심까지는 약 25불 정도의 요금이 소요된다) LA에서 신시내티를 거쳐 라과디아로 가는 항공편을 골랐는데, 중간에서 5~6시간 정도가 연착된 것은 물론 짐이 엉뚱한 공항으로 가버리는 바람에 그날 하루를 다 날려먹은 경험이 있다(다행히 짐은 찾았다). 공항에서 아무것도 못한 채 허비한 나의 시간, 돈 조금 더 들여 직항편을 탔다면 낭비할 일 없었을 그 시간이 내가 아끼고자 했던 몇 십 불보다도 가치가 덜할까. 절대 아닐 것이다. 여행사의 경우도, 물론 요금은 한국 여행사쪽이 조금 더 저렴하다. 내가 그랜드캐년을 1박 2일동안 다녀오기 위해 지불한 요금이 2인에 299.99달러 였는데, 이돈 정도면 한인 여행사에서 2박 3일 패키지를 살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그랜드캐년에서 1박 2일동안 얻은 만족은 한인 여행사와 함께 한 3박 4일 동안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금전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는 우리이지만, 분명히 돈을 써야 할 때가 있다.

급하게 쓰다보니 두서도 없어졌고 너무 길어졌지만, 다시한번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다들 후회없이 즐거운 여름을 즐기다 오시기를!!

Print Friendly, PDF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