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계열의 대학 하면 흔히 서부에서 알아주는 곳이니 만큼 처음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라는 이름을 들었을 땐 두려움과 함께 설레임이 찾아왔다. 많은 어학 연수생들이 주로 선호하는 UCLA가 아닌 UCSD를 선택 한 것은 조금이라도 한국인의 비율이 적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렇게 막연한 선택과 함께 6개월간의 연수가 시작되었다.

도착한 San Diego는 날씨가 좋고 해변이 아름다운 여유로운 도시였다. 그 분위기를 이어가듯 학교의 공기역시 따뜻했지만, UCSD Extension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생각하듯 학교의 첫 이미지는 실망스러웠다. 정규 대학과 달리 왠지 허름해보이는 외관의 Extension 건물들. 하지만 그 내부는 의외로 잘 되어있어 첫 인상의 실망감을 쉽게 달랠 수 있었다. 건물과 달리 한가지 달랠 수 없는 것은 동양인, 특히 한국인 학생의 비율이었다. 예상과 달리 굉장히 많은 수의 한국인 학생들이 있었는데, 다행이면서도 놀라운 것은 대부분이 이미 영어를 굉장히 잘한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한국인이 많으면 영어가 늘지 않는다”는 편견을 버릴 수 있었다. 그들의 영어에서 배우는 것이 많았고,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었으며, 조금은 적응하기 편한 환경이 되었다.

연수기간동안 들은 수업은 3가지였다. Conversation Plus를 3회, Intensive Academic을 1회, 그리고 마지막으로 Business English를 1회 들었다.  수업을 이어 들으면 할인을 받지만 할인 시스템은 그다지 잘 되어있지 않아 프로그램 종류를 옮길 경우 많이 할인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들면 이번에 생긴 Conversation Plus 2주 프로그램을 들었을 때, 이 프로그램을 듣지 않는 다른 학생들이 받는 할인가격이 추가로 이 프로그램을 중간에 듣는 나에게만은 적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영어를 배우러 미국까지 와서 50달러, 100달러에 연연해 시간을 낭비하는 편이 훨씬 손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업을 듣는데에 있어서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Conversation Plus 수업은 하루 4시간짜리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수업이다. 말 그대로 대화 중심의 수업으로 주제를 가지교 교재를 이용해 영어로 대화를 하거나, 프레젠테이션을 발표하는 수업이다. 또한, 주 2회 2시간씩 정말 최고의 시스템인 Conversation Leader와의 대화시간이 있다. UCSD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들어와 주제를 가지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원어민과의 대화가 가능하고, 잘하면 친구도 만들 수 있다. 이때 만난 원어민 친구들과 수업 후 식사를 하거나 쇼핑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해, 정말이지 즐겁게 영어를 배울 수 있다. Conversation Leader들은 큰 돈을 받고 들어오는 학생들이 아니다. 즉, 그들 역시 외국인 친구들을 만들고 싶고, 우리와 보내는 시간을 즐겁게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다가가면 쉽게 친구가 될 수 있고,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막상 미국에 왔다고 해서 미국인 친구를 사귀는 것이 쉬운일이 아닌 만큼 이 프로그램의 시스템은 큰 도움이 되었다.

Conversation Plus 수업은 언뜻 보기에는 널널하고 시간낭비처럼 보이는 수업이나, 돌이켜보면 가장 영어를 많이 쓰고, 많은 것을 접할 수 있는 수업이었. Field trip을 통해 San Diego를 돌아볼 수 있었고, Guest Speaker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국을 접할 수 있었다. 문화를 배우고, 대화를 나누며 공부가 아닌듯한 공부속에서 즐거움과 유익함을 얻을 수 있는 수업이었다.

많은 학생들이 듣는 수업은 10주 수업들이다. Communication and Culture나 Intensive프로그램. 이들은 레벨이 세세하게 나뉘어 있는데다 반을 옮겨가며 듣는 형식의 진짜 “수업”이었다. 듣고싶은 과목을 선택하고, 그 수업들을 듣는 방식으로, 영어를 “말하는”시간은 적지만, 영어를 “배우는”시간이 늘어났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입소문. 정말 놓치면 아까울 만큼 좋은 선생님들이 있어 그 수업은 인기가 많다. 이걸 알기 위해서는 그저 사람들과 대화하는 수 밖에 없었지만, 그런 선생님을 만나지 못해도 어느 수업이나 분명히 배울 수 있는 것은 많이 있었다. 10주는 짧은 듯 긴 시간이어서 시간표를 잘 짜지 못하면 나태해지기 쉽다. 그 사실을 잊지 않고 열심히 즐거운 수업과 조금은 지겨운 수업을 잘 섞어 시간표를 구성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도 빼놓지 않은 것은 Conversation 수업! Conversation Leader와의 시간은 반으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즐겁고, 또한 중요한 시간이었다. 문법, 듣기, 읽기, 쓰기를 배우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줄어든 말하기 시간을 열어두기 위해 Conversation 수업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영어대화의 시간은 줄었지만 다른 수업을 통해 정말로 사용하는 본토의 영숙어를 배우거나, 영어 소설책을 통으로 읽는 등 또다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Dude”라는 단어를 이곳이 아니라면 어디서 들어보겠는가!

10주 프로그램의 중상레벨 이상의 사람들은 추가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Fluency 수업에 대한 소개를 받고 추가수업을 신청해 들어가자, 단 세명의 학생이 교실에 있었다. 애초에 소수지향수업 이었지만 수업이 사라지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다가왔다. 다행히 수업은 지속되었고, 선생님과 학생 3명의 대화중심 수업으로 진행되 알짜배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많은 학생들이 수업 후 자유시간을 보내기 위해 혹은 추가로 수업료를 내고싶지 않아서 이 수업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단언컨대 정말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선생님과의 대화인 만큼 문법, 발음교정이 즉시 가능하고, 무엇보다 거리가 가까운 만큼 즐거웠다. 만일 다시 10주를 들어 이 수업을 들을 기회가 생겼다면, 망설임없이 다시한번 선택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Business English는 단지 새로운 영어를 배워보기 위한 시도였다. 영어를 배우지만 조금더 비지니스계열에 해당하는 영어. 굉장히 힘든 수업은 아니었지만 역시 공부한다는 느낌이 확 오는 조금은 어려운 수업이었다. 비지니스 영어를 배우며 실제 회사를 방문해보고, 회사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은 정말이지 귀중한 경험이었다. 더불어 조를짜서 한달에 걸쳐 직접 가상사업을 꾸려보고 발표를 하는 등 지겨울 수 있는 주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배울 수 있었다. 좋은 선생님과 좋은 프로그램, 좋은 반 친구들을 만났지만 한가지 힘들었다면, 길디 긴 수업시간. 각오를 다지지 않으면 집중하기 힘든 비교적 긴 수업시간을 잘 견뎌내야만 했다.

UCSD는 학교뿐 아니라 학교 주변역시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버스를 타고 15분이면 큰 쇼핑타운에 갈 수 있어 방과후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에 해변이 있었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는 역사를 느낄 수 있는 Old Town이 있고, 쇼핑하기에도 구경하기에도 좋은 Fashion Valley가 있었다. 자동차가 있는 친구들과 야경이 아름다운 코로나도에 가보거나 San Diego의 명물 Sea World에 가는 것 역시 큰 즐거움이었다. 미국에 온 이상 놓칠 수 없는 Outlet쇼핑과 San Diego라는 도시의 위치적 특징덕에 쉽게 다녀올 수 있는 멕시코의 Tijuana. 야생 바다동물을 볼 수 있는 La Jolla, 맛있는 음식점이 가득한 Downtown등 친구한명만 있다면 매일매일이 짧게 느껴질 만큼 많은 것들이 있었다. 쇼핑처럼 어느곳에서나 즐길 수 있는 것이 있는 반면, 절벽에서 패러글라이딩이나 해변에서 긴 꼬챙이에 음식을 꽂아두고 하는 본파이어 같이 이곳이기에 즐길 수 있는것들도 가득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러한 즐거운 추억들이 특별해지는 이유는, 이곳에서 만난, 이곳에서밖에는 만날 수 없었을 여러 나라에서 온 특별한 친구들과 함께 하기 때문이었다.

긴 시간을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야 한다는 두려움에 영어연수는 걱정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함께 여행을 하고, 추억이 하나 둘 생기면서 점점 이 시간들을 사랑하게 되어 버린다. 영어학원에서 오로지 공부만 하는것과 달리, San Diego에서는 새로운 것을 접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진정한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문화를 경험하고, 공부와 공부가 아닌 것 모두에게서 배움을 얻고, 특별한 추억을 남긴다. San Diego연수는 언어란 언어 혼자가 아닌, 체험이 함께 할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언어가 된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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