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소개: University of Pennsylvania

펜실베니아 대학교, 흔히 유펜 (UPenn)이라고 불리는 이 학교는 미국 동부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다. 이 학교 역시 미국 명문 아이비리그 8개 대학 중 하나라서 눈길이 갔다. 그리고 여기에는 경영대학원으로 잘 알려진 와튼 스쿨 (Wharton School)이 있다. 와튼 스쿨은 MBA의 시초이며 전 세계 MBA 코스 중에서 1,2위를 다툰다고 한다. 벤처 사업가이자 대학 교수인 안철수씨가 와튼 스쿨의 MBA 과정을 거쳤다.

학교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유펜이 1740년에 벤자민 프랭클린에 의해서 설립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학교 캠퍼스 내에서 Franklin Institute Building을 비롯하여 프랭클린에 관해서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유펜은 대학 자체가 하나의 작은 도시처럼 캠퍼스 내에서의 경계가 없기 때문에 도시 자체가 대학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캠퍼스 내에는 나무들이 많이 심어져 있고 다람쥐들이 활발하게 다니며 건물들은 오래된 벽돌집에서부터 현대식 건물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게다가 주변에 푸드 트럭들이 있어 산책을 하며 구경하기에 너무나도 적합한 곳이다.

프로그램 소개: BIP (Business Intensive Program)

미국 현지 시간으로 1월 4일 저녁에 약 두 달간 머물 Axis라는 숙소에 도착해서 짐정리를 했다. 바로 그 다음날 아침, 내가 7주간 수업에 참여하게 될 ELP (English Language Program)에서 3일 동안 진행하는 오리엔테이션에 갔다. 오리엔테이션 첫 날은 이름순으로 조를 나눠서 미국문화와 필라델피아 그리고 유펜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를 받고 placement test를 쳤다. 앞서 말했듯이 이 날 유펜이 벤자민 프랭클린에 의해 설립되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고 또 흔히 필리 (Philly)라고 불리는 이 곳 필라델피아에서 유명한 음식은 치즈케익이 아니라 치즈스테이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필라델피아에 대해 아는 것이 있냐는 질문에 내가 자신있게 치즈케익이라고 대답해서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둘째 날에는 학교 캠퍼스 투어를 했다. 학교소개에서 언급했듯이 유펜은 캠퍼스 내에서의 경계가 없어서 하나의 작은 도시 같았다. 캠퍼스 내에는 푸드트럭, 푸드코트, 슈퍼마켓, 음식점, 영화관, 옷가게, 아주 큰 학교서점 (PENN Bookstore) 등 다양한 가게들이 모두 있다. 그리고 숙소들이 많기 때문에 유펜 학생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다닌다.

셋째 날에는 ELP 직원들의 소개와 함께 반 배정을 받고 학교 안전수칙을 교육받았다. 원래 미국 동부에서 특히 필라델피아가 위험한 동네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겁이 많이 났었는데 학교 내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항상 있으며 긴급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들어서 안심이 되었다. 캠퍼스 곳곳에 전화박스가 설치되어있는데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더라도 수화기만 들고 있으면 경찰관이 그 위치로 와서 집까지 바래다주는 방법이 신기했다. 이 전화박스를 찾지 못하더라도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는 방법도 있다며 학생들이 필히 전화번호를 저장하도록 하였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운이 좋게도 내가 7주 동안 참여할 BIP (Business Intensive Program)의 모든 수업은 Fisher-Bennett Hall의 한 강의실에서 진행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네 파트로 나눠져 각각 네 개의 수업이 진행되었다.

말하기 수업은 ‘Speaking in the Working World’로 한국인 선생님께서 가르치셨다. 우리 반에서 반이 한국 사람이었지만 선생님은 절대 한국어를 쓰지 않으셨고 심지어 교실 내에서 한국 사람들끼리 한국어를 쓰지 못하도록 하셨다. 한국어가 들릴 때마다 선생님께서는 다른 외국인들에게 영어로 번역하게 만드셨다.

듣기 수업은 ‘Target Listening’으로 연세가 좀 있으신 선생님께서 가르치셨다. 듣기 수업인데도 선생님께서는 네 가지 영역 모두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가르치셨다.

읽기 수업은 ‘Breakthrough Reading’으로 재치있는 선생님께서 가르치셨다. 항상 웃음이 많으시고 수업시간이 즐거워서 이 선생님의 모든 수업은 인기가 많았다.

쓰기 수업은 ‘Professional Writing’으로 영국신사인 선생님께서 가르치셨다. 미국에서 계신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자신은 영국발음이 교정이 안되더라며 양해를 구하셨다.

Course Description

Speaking in the Working World
이 수업은 제목 그대로 기업 내에서 사용해야 할 영어표현을 중점으로 가르쳤다. 전문적인 표현들을 암기하고 시험을 치기만 했다면 하나도 남는 것이 없고 재미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수업은 우리가 배운 모든 것을 실제 상황으로 가정해서 직접 사용하게 했고 그때마다 평가를 해서 성적이 매겨졌다.

평소에는 전문적인 언어 표현들 (예를 들어, diplomatic language: 격식을 차린 표현), 차트나 그래프를 분석할 때 필요한 표현들, 문법 등에 관해 숙제로 문제를 풀었다. 수업시간에 문제풀이를 하면서 직접 파트너들끼리 배운 표현들을 사용해서 짧은 대화문을 만들어 간단한 발표를 했다.

평가의 대부분은 Cellcom이라는 회사에 대한 것으로 이루어졌다. 회의에서 쓰는 표현들을 익히기 위해 우리는 Cellcom이 회사를 다른 나라로 재배치 하려하는데 있어 가장 신경써야할 요소들을 토의했다. 이 회의에서 모두가 차례대로 한번씩 CEO의 역할을 맡아 회의를 개최했다. 그리고 Cellcom이 재배치 위치로 고려하는 네 개의 나라에 따라 조를 나눠 각 나라에 대해 조사를 해서 개별발표와 조별발표를 했다.

협상하는 방법과 협상 시 사용해야 할 표현들은 미국의 유명한 메이시스 백화점을 사례로 들어 두 조로 나눠서 연습했다. 한 조는 아르마니, 한 조는 메이시스 간부들로 이루어졌다. 상황은 아르마니가 메이시스 백화점 안으로 입점하려 하는데 아르마니와 메이시스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이 달라 그 타협점을 찾는 것이었다.

이렇게 실제상황에 적용해 배운 지식들을 사용할 기회를 가지면서 연습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는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기대를 한다.

Target Listening
BIP에 참여하는 동안 제일 피하고 싶을 정도로 끔찍했던 수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수업 덕분에 지긋지긋할 정도로 그린비즈니스에 관한 동영상들을 보며 들었다. 매일같이 동영상을 보며 듣고 난 뒤, 파트너나 조별로 모여 동영상에 대해 토론하고 책에 쓰여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비교했다. 일주일에 한번 씩은 컴퓨터실에 가서 동영상을 본 뒤에 스크립트에다가 강세와 말을 끊는 부분을 표시하고, 내가 표시한 것이 맞는지와 표시한 것에 따라 말을 자연스럽게 하는지 녹음을 했다.

그리고 Critical Response라는 것을 정해진 시간 내에 작성해서 제출했다. 주말이 되면 정해진 사이트 (주로 CNN money)에 접속해서 3~5분 정도 되는 동영상을 보고 선생님께서 내주신 표를 작성했다. 표에는 동영상의 제목과 길이, 동영상을 들으면서 사용한 전략 (예를 들자면 ①발음에 집중했다 / ②기본 지식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들었다 / ③주변 환경을 파악했다), 동영상에 대한 이해도, 모르는 단어나 표현, 그리고 동영상의 주제가 있었고 네 개의 동영상을 보고 난 뒤 이 모든 것을 기입해야 했다.

딱 봐도 과제가 제일 많았던 수업이다. 하지만 이 많은 과제들을 일일이 채점해야 하시는 선생님께서 가장 힘드셨을 것이다. 나중에 가서야 눈치 챘던 사실이지만 선생님께서는 왼손잡이셨고 왼손잡이이신 이유가 특별했다. 선생님의 오른손은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만 있었다. 그래서 오른손에는 항상 책을 올려놓다시피 하신 채로, 왼손에는 펜이나 분필을 쥐시고 수업을 하셨다. 큰 상처를 가지고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열정적으로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이 그저 존경스럽기만 했다. 내가 한참 나중에 눈치 챈 것만 봐도 선생님의 손에 집중할 틈이 없었다는 것이 분명하다.

모든 과제를 해내는 동안에는 그저 끔찍했고 수업을 가기 싫을 때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니 앞으로 가장 많은 도움이 되어줄 수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Breakthrough Reading
이 수업의 묘미는 성격이 매우 쿨하시고 매사가 즐거운 선생님께서 가르치신다는 사실이다. 웃음소리마저도 아주 시원해서 듣는 사람의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모든 수업의 교재는 제본을 했었는데 이 수업은 추가로 책을 한권 더 구매했다. ‘100 Great Businesses(100GB) and the Minds Behind Them’라는 책인데 세계적으로 알만한 모든 기업들에 관해 쓰여 있다. 한 기업이 어떻게 시작해서 어디까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에 대해 간략히 나타나 있는데, 기업을 4~5개씩 묶어서 각각 다른 제목을 붙였다는 점에 눈길이 간다. 이 책으로 우리는 매주 한 제목을 정해서 조별로 한 기업을 선택해서 읽고 요약해 와서 설명을 하고 토론을 했다. 그렇게 해서 여러 기업에 대해 알게 된 후 마지막 주에는 그동안 배운 기업들을 새로 묶어서 우리만의 제목을 정해 발표를 했다.

제본을 한 책은 100GB에서 읽은 기업에 대해 요약하기에 앞서 메모를 하고 주말이 되면 책 뒤편에 있는 긴 기사들을 읽는데 사용했다. 주말에 숙제로 읽어야했던 글들 중에는 Starbucks와 MTV에 대한 것도 있었고 세계적인 대표 100명의 CEO들에 관해서도 있었다. 100명의 CEO들 중에는 삼성 이건희 회장도 있었는데 10위 안에 들어있어서 놀라웠다.

이렇게 수업을 하면서 배운 기업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스타벅스이다. 선생님께서 Fisher-Bennett Hall 앞에 위치한 스타벅스의 단골손님이기도 하고 선생님의 동료분들과 교수님께서 스타벅스에 관한 책을 출판했기 때문에 스타벅스에 관한 글들을 자주 읽게 하셨다.

이 수업 덕분에 평소에 잘 모르고 이름만 들어본 것 같았던 기업들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다. 100GB에 나와 있는 모든 기업들을 다루지는 않았기 때문에 마저 읽어 볼 계획이다.

Professional Writing
이 수업 덕분에 글을 정말 많이 쓰고 또 다양한 글을 써볼 수 있었다. 편지글, 이메일, 설문지, 그리고 이력서를 쓰게 되었다. 이 모든 글들을 제대로 쓰기에 앞서 글을 쓰는 각 상황에 맞는 단어들, 표현들, 문법 그리고 갖춰야 할 형식들을 배웠다.

처음에는 연습 삼아 주어진 상황을 가지고 불평하는 편지를 썼다. 그런 다음 본격적으로 직접 겪은 상황에 대해 불만을 얘기하는 이메일을 썼다. 둘 다 불평, 불만을 글로 표현해야 했지만 편지와 이메일이라는 차이 때문에 형식이 조금 달랐다. 그리고 격식을 갖추는 것과 안 갖추는 것에 따라서도 조금 차이가 나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좀 더 즐거운 시간을 가지기 위해 조별로 설문지를 작성했다.

설문조사는 유펜 캠퍼스 근처에 새로운 쇼핑몰을 개장하는 것에 관해 우리가 설문지에 포함시킬 질문을 만들어야 했다. 이 설문지를 작성하면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질문의 표현을 적절히 사용해야 하는 점이었다. 완성된 설문지로 우리는 직접 사람들을 만나 양해를 구하고 응답을 받았다. 그리고 모아진 자료들로 대략적인 통계를 내서 담당에게 보고서를 올리는 형식의 글도 썼다. 마지막으로는 작문의 핵심인 이력서를 작성했다.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들은 사람들 대부분이 직장인이거나 인턴십 정도는 거쳤는데 나는 이제 대학생 3학년이 되는 시점이라서 이력서에 쓸 만한 내용이 없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졸업을 했다는 가정 하에 작성하면 된다고 말씀해주셔서 실제로 일자리를 찾아볼 수 있는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필라델피아 내에서 일자리를 검색해 그 회사에서 요구하는 사항에 맞게 이력서를 써나갔다. 특별한 경험도 없는 내가 이력서를 써야 한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너무나도 막막했다. 하지만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경험했던 일들을 하나둘씩 떠올리다보니 처음에는 비어있던 공간이 점점 차기 시작했다. 아주 먼 훗날이 아닌 조만간 내가 쓰게 될 이력서에는 더 눈길이 가는 내용을 쓰게 되었으면 했다.

이렇게 참여한 네 수업 모두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같이 있었다. 오전 11:50에 시작해서 오후 5:50이 되면 마치고 곧장 숙소로 돌아갔다. 겨울이다 보니 해가 빨리 지고 물론 수업이 마치면 밖이 어두컴컴했다. 그래서 평일에는 Fisher-Bennett Hall과 집만 거의 오갔다. 수업시간이 즐겁기도 했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조금 갑갑하기도 했다. 대신 주말이 3일이나 되었기 때문에 여유를 즐기기에는 충분한 시간들이었다.

Other Experiences

ELP 측에서 학생들을 위해 주말마다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도록 일정을 잡아주었다. 덕분에 주말마다 멀리 가지 않고도 필라델피아 내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ELP의 첫 행사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쇼핑몰인 King of Prussia Mall에 가는 것이었다. 아주 큰 건물이 두 개나 이어져있는데 하나만 겨우 보고 나머지 한 건물은 갈 곳만 딱 골라서 다녀왔다.

두 번째로 참여했던 행사는 NBA 농구경기 관람이었다. 멤피스의 Grizzlies 팀과 필라델피아의 76ers (Sixers라고도 불림) 팀의 경기였다. Wells Fargo Center에서 열리는 홈경기였기 때문에 Sixers의 팬들이 정말 많았다. 이곳에서는 공연도 자주 한다는데 공간이 엄청나게 크고 자리도 많았다. 우리는 ELP에서 준 티켓으로 갔기 때문에 제일 위층에서도 뒤쪽에 앉아서 경기를 관람했다. 경기를 보느라 아래로 내려다보는데 정말 아찔했다. 그 정도로 높은 곳에서 관람했는데도 농구선수들의 키가 얼마나 큰지 거의 한눈에 다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참여했던 행사는 필라델피아 시내에 있는 Merriam Theater에서 열린 브로드웨이 난타공연 ‘Stomp’ 관람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난타공연을 직접 본 것인데 정말 놀라웠다. 음악에 관한 영화를 본 것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스텝업인데 영화 속의 배우들처럼 리듬감이 뛰어났고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 눈에 딱 보였다. 쓰레기통, 싱크대, 빗자루, 쓰레받기, 성냥개비, 라이터, 모레 등 온갖 도구와 사물들을 이용해서 9명의 배우들이 조화를 이루어냈다. 공연도 감동이었지만 내가 또 한 번 감탄한 것은 진정한 공연을 즐길 줄 아는 미국 사람들의 태도였다.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나도 뜨겁고 호응도 잘해서 나도 덩달아 더 열심히 응원을 했던 것 같다.

마치며

처음에는 7주라는 기간이 길게 느껴지고 학비에 대한 부담감도 커서 가야할지 망설여졌던 유펜이었다. 그러나 7주간 있어보면서 이 시간이 길기는커녕 짧은 시간이라는 것을 느꼈다. 물론 한국에 돌아오면 있을 친구들과 가족들이 너무나도 보고 싶었지만 미국에서 겪은 일들이 하나같이 다 소중했고 조금만 더 머물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한국에 돌아올 때쯤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리고 한 세션의 학비가 우리학교 한 학기 등록금보다 비쌌지만 그 값어치를 다 하고 온 느낌이 든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번에는 동부 쪽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서 다른 학교의 어학프로그램에도 참여해보고 싶다.

2011년 1월 4일에 한국을 떠나 2월 26일까지 머물렀던 펜실베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의 생활은 앞으로 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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