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Unist culture exchange program으로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필라델피아에 있는 MBA로 유명하고 IVY리그에 속해있는 University of Pennsylvania로 결정했다. 2학기 시작 전까지는 랩투어를 갈지, ELP프로그램으로 영어를 배우러 갈지 고민 중이었는데, 결국 좀 더 장기적이면서, 체계적인 영어를 배워보기 위해 어학연수쪽으로 결정을 했다. UNIST에서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누나가 미국 서부를 어학연수로 6개월을 갔다왔기 때문에 Upenn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일단 4주 프로그램은 너무 짧고, 적어도 2달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많이 여행을 다니라는 당부였다.

겨울 방학이 시작하고, 1월 초에 미국으로 떠날 마지막 준비를 하면서, 2월말에 귀국하자마자 학교로 내려가야 했기 떄문에 못 볼 친구들을 미리 봐 두고 출국하게 되었다. 두 번째 강아지를 산 지 1주일 밖에 안 된 때라 미국에 두 달이나 떠나 있는 게 매우 아쉬웠지만, 또 한 편으로는 두 번째 미국 방문이지만 혼자 간다는 해방감과 자유감에 도취되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해 도쿄 나리타공항을 경유한 다음 디트로이트 국제공항에 내리고, 그 다음 국내선으로 갈아 타 필라델피아에 가게 되었다.

필라델피아에 처음 도착해서 학교에서 준비해준 가이드북을 읽고 잘 기숙사까지 찾아갔다. 영어 정말 못해도 다 갈 수 있게 써져 있었다. 나중에 룸메이트 형이 보고는 “뭐 이렇게 자세하게 써주냐”라고 할 정도로 편하게 준비되어 있다. 룸메이트는 외국사람을 바랬는데, 막상 도착하는 한국분이었다. 간단히 통성명을 하고, 첫날은 어색하게 방에서 지냈다. 방은 꽤 넓고 좋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House keeper가 들어와서 방청소를 싹 해 주신다. 처음에 침대에 아무것도 없어서 당황했는데, 나중에 같이 온 수빈이가 말하길 원래 가져오라고 했다더라… 나는 카운터에 내려가서 잘 몰라서 없다고 말하니까 베개에 이불에 깔개까지 세트로 주시고는 굳이 반납 안 해도 된다고 했다. 다음 날 첫 수업에 나가니 딱 봐도 한국인이 많아 보이긴 했다.

한국 사람들은 하루가 채 지나지도 않아 그룹이 딱딱 형성되고 인사를 했는데, 나중에 사귄 일본 친구 분은 여기 와서 일본사람들끼리는 잘 모른다고 했다. 옆 나라지만 이런 차이가 있구나~ 싶었다. 첫 날 반 배치시험을 보았는데, 내가 가장 못하는 부분인 쓰기가 나왔다. 문법과 어휘가 많이 부족해서 반 배정을 100~800중 400반에 배정받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쉬워서 나중에 반을 바꾸려고 했는데, 나중엔 못 바꾼다고 해서 결국 그냥 듣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 반에 아랍친구들이 많았는데, 아랍애들은 듣기와 말하기는 상당히 잘 했다. 반대로 읽기는 정말 못 하는게 느껴졌다. 하지만 프레젠테이션 수업을 하게 되면, 항상 우리 반의 한국, 일본사람들은 많이 힘들어하고, 아랍권애들은 편하게 이야기했다. 세계 각 지역별로 교육방식의 차이 때문에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 같았다.

처음 2~3주 동안에는 한국사람들 모임에 외국애들도 조금 껴서 자주 놀고 그랬는데, 이 때 나는 미국내에서 음주연령에 걸려서 (만 21세 이상만 음주 가능)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방으로 형들이 술을 사워서 조금조금 마시는 정도밖에 하지 못했다. 룸메이트 형이 격주로 차를 렌트해서 H마트에 가서 여러 가지 먹을 것도 사오고, 가까운 곳으로 놀러도 갔다.

수업을 들으면서 느낀 점은, 우리나라 영어 수업과는 다르게, 듣기, 말하기, 쓰기, 읽기가 전부 ‘말하기’에 관련되어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문법 시간에 선생님이 문법만 딱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머릿속에서 작문에서 계속 ‘말하기’를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시킨다. 나중에 과정을 마치고 느꼈지만, 정말 말하기만큼 영어 실력을 늘리기에 좋은 것이 없어 보인다. 내 수업은 두 여선생님이 들어오셨는데, 한 분은 듣기와 말하기를 주로 담당하시고, 한 분은 읽기와 쓰기를 담당하셨다.

하지만 두 분 다 ‘말하기’가 가장 주였고, 문법도 틀린 것이 있으면 그 때 그 때 피드백을 해 주어서 단시간 내에 말하기를 늘리는 것이 수월했다. 가서 절대적인 말하기 실력을 올렸다기 보다는, 우리가 듣기와 읽기를 잘 하는 것만큼, 즉 아는 것만큼 말하는 데에 지장이 없도록 최대한 배우고 왔다. 또한 말하기에 자신감이 생겨서 지금 1학기가 시작되고, 여러 수업을 들으면서 많은 발표를 할 수 있었다

음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겠다. 맨 처음 도착하고 다음 날 기숙사에서 식사를 하는데, 정말 좋았다. 메뉴가 다양하고, 데일리 스페셜로 매일 다른 음식도 나오면서, 음료수도 무한리필이고 샐러드바 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또 메뉴에서 감자튀김을 웨지감자 크기로 30조각은 넣어 주는게 너무 좋았다. 좋았는데.. 1주일만 지나니까 엄청 질리기 시작했다. ‘이러니까 살이 찌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점차 근처에 있는 싸고 맛있는 한식당에 자주 갔는데, 그 한식당에는 상당히 많은 외국인들이 왔었다.

중국, 일본인들 뿐만 아니라, 미국인들도 상당히 많이 보였다. (음식 맛도 좋았다. 조금 달고 안 맵긴 하지만) 그런데, 이게 또 집에 돌아올 때쯤 되니까, 미국음식이 적응이 되어서, 양도 별로 많게 안 느껴졌고, 점차 느끼하지도 않고 맛있게 되었다. 근데 적응 될 때 쯔음되니 한국으로 귀국해서 너무 아쉬웠다. 근처에 점심에 줄이 상당히 긴 브리또 맛집이 있었는데, 지금 너무도 다시 먹고 싶다.

확실히 미국과 우리나라는 여러 문화, 정서적인 차이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성인이 미성년자에게 술을 사 주어도, 직접 ‘판매’하는게 아니라 ‘양도’라면, 특별히 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즉결재판으로 회부된다. 룸메이트 형이 필라델피아로 오기 전에 디트로이트에 있었는데, 미국 기준으로 미성년자에게 술을 사 주다가 걸려서 재판에 갔다 왔다고 했다. 또한 음주가 흡연에 비해 엄격해서, 길거리에서 술병을 보이게 들고 다니면 경찰이 제재를 하였고, 반대로 담배는 실내에서는 절대 금지지만 밖에서는 흔히 말하는 ‘길빵’을 하는 경찰들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었다.

내가 거주하고 있던 곳은 필라델피아 다운타운 바로 옆에 위치한 University city라는 대학 지구였는데, 매우 치안도 좋았고, 밤에 다녀도 별로 위험하지 않았다. 또 다리만 건너면 고층빌딩들이 있는 다운타운이 있었는데, 이 곳도 밤에 혼자 다녀도 별로 위험하지 않게 밤에도 사람이 많고, 매우 분위기가 좋았다.

미국에 있을 때, 어느 날 동부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는데, 한국 뉴스에서도 나왔다는 걸로 안다. 눈이 4시간 정도 많이 30cm가 넘게 쌓였는데, 눈이 한창 내릴 때 밖에 나가보니, 모자를 눌러써도 앞을 바라보지 못하고 바로 바닥을 바라봐야 할 정도로 눈이 세차게 내렸고, 차도랑 보도랑 계단이랑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높게 쌓였었다. (눈이 쌓이는 과정이 눈으로 보였다.) 우리 나라보단 제설속도가 상당히 빠르다고 느꼈는데, 이유를 들어보니 돈이 많아서 염화칼슘도 충분히 쓰고, 보도위로 제설차가 올라가서 제설작업도 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도 다음 날 선생님 한 분이 못 오셨다)

도중에 두 번 뉴욕을 ‘혼자’ 가 보았다. 이미 고등학교 때 뉴욕의 유명한 곳은 관광을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혼자 가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구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고속버스를 예약하고,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타고 1시간 50분만에 뉴욕 34번가에 내렸다. 처음 갔을 때는 메트로폴리탄 미술 박물관에 가서 관람을 하고, 쇼핑도 하고, 한인타운도 가 보고 하였다. 역시 혼자 다닌데 아무런 무리가 없었고, 오히려 더 편하게 느껴졌다. 길거리에서 케밥이라고 닭이나 양을 꼬치에 끼워서 구운 다음 바비큐소스를 발라 빵에 끼워주는 것을 간단하게 점심으로 먹었는데, 상당히 속도 든든하고 맛도 좋았다 (특히 냄새가 좋다..) 가격은 5달러로 좀 바가지를 쓴 느낌이 있긴 했다.

두 번째 방문했을 때는, 자연사 박물관과 쇼핑, 그리고 맛집을 찾아가 보았다. 뉴요커들이 가장 사랑하는 햄버거집을 가서 먹었는데, 정말 과장 하나도 안 보태고 태어나서 먹어 본 햄버거 중 가장 맛있었다

미국에 한 달 정도 있을 쯤에, 미국에 10년 째 살고 있는 사촌형과, 한국에서 오신 외삼촌, 외숙모, 그리고 조카가 뉴저지에서 필라델피아로 나를 만나러 오셨었다. 금요일 날 오셔서 같이 필라델피아에 있는 미술관을 먼저 보았고, 같이 필라델피아의 명물은 필리 치즈 스테이크를 먹었다. 그리고 원래 계획으론 사촌형네는 호텔에서 자고 나는 기숙사에서 잔 다음 다음날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친척들과 같이 이야기하다보니 나도 호텔에서 같이 자게 되었다.

다음 날 필라델피아 독립기념관을 갔는데, 미국 역사가 시작된 지점이라 초대 대통령 사무실, 법원 등 역사적인 기념관들이 많았다. 유명한 Liberty Bell도 직접 보고 사진을 찍었다.

개인적으로 같은 반에 있던 일본 수의사 누님하고 많이 얘기를 했는데, 같이 영어로 대화하다가, 일본어도 연습할 겸 일본어로도 대화하고 그랬다. 이름은 후쿠시마 아키코 나이는 30이라고 하셨다. 주로 영어로 대화를 하다가 단어를 모르거나 말할 때 불편하면 일본어로도 이야기하고, 같이 밥도 먹으러 다니고 했는데, 미국가서 일본어도 연습 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좋은 기회였다. (마찬가지로 다른 언어에 관심있는 사람은 그 나라 사람과 친하게 지내면 좋은 경험이 된다) 서로 각자 나라의 문화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대화하고 그랬다.

또 같은 반에 아랍권 친구들이 많아서 아랍 애들하고도 많이 이야기를 했는데, 승용차 기름을 0에서 풀로 채우는데 5달러라는 것을 알고 엄청 부러웠다. 보통 아랍 애들은 나라에서 장학금을 줘서 오는 애들이 많았는데, 애들도 (나보다 다 나이가 많지만;) 대부분 집안이 잘 사는 친구들이었다.

그 중에는 리비아에서 온 의사분도 있었는데, 한 창 리비아사태가 일어났을 때는 이야기 해 보지를 못해서 아쉽다. 또 마지막시간에 아랍친구가 아랍식 커피를 가지고 와서 마셔보았는데, 맛이 되게 취향을 탄다. 안 마셔본 사람은 이태원 같은 곳에 가면 한국에서도 마실 수 있으니 마셔보기 바란다.

길거리를 다니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큰 개들과 산책을 많이 한다. 우리나라는 보도가 좁은 편에 길도 구불구불한 곳이 많고, 큰 개보다는 작은 개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에는 오히려 대부분 중형, 대형견들이 많았다. 우리 집 강아지 선물이나 사 주려고 펫샵에 들어갔는데, 전부 중, 대형견용이라 마땅한 선물이 없었다.

이렇게 나는 미국 연수프로그램을 마치고, 2월 27일에 룸메이트형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귀국하게 되었다. 2달이란 그리 긴 시간은 아니였지만, 혼자 외국에서 몇 달간 있는 귀중한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고, 또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의 행동양식과 가치관 등을 알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물론 영어도 생각보다는 쉬운 반에 들어가서 당황하긴 했지만 기초를 더 다질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 말하기 능력과 듣기 능력, 그리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 값어치 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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