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ginning…

학교에서 소개해주는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어서 설명회를 열 때마다 찾아가서 어떤 프로그램이 있고 그 프로그램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설명을 들었었다. 처음에는 내가 2학년이나 3학년이 되어서 해외연수프로그램을 신청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1학년 여름방학을 지내고 나니 2학년이 되기 전에 해외에 나가서 많은 것을 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를 배울 수 있고 전공과 관련이 없이도 갔다 올 수 있는 프로그램이 뭐가 있을까 알아보았다. 그에 알맞은 프로그램으로 Culture Exchange Program이 있었고, 여러 대학 중 UCLA가 가장 맘에 들어 신청을 해서 갔다 오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여러 국가에서 온 사람들과 같이 영어 수업을 받는데 언어교육원과 비슷하다. 해외연수프로그램 지원서를 내고 나니 기획국제교류팀에서 준비해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메일로 보내왔다. 여권, 비자, UCLA로의 프로그램 지원서 등등. 나는 해외여행이 처음이어서 여권도 준비해야했다. 학기 중에 이 모든 것들을 하려니 조금은 벅찼다. 그래도 방학이 되어 미국 갈 생각에 기분 좋게 준비할 수 있었다. 출국 일주일 전까지는 새로운 경험을 할 생각에 계속 들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출국시기가 다가오니까 처음 외국으로 나가는 건데 과연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과 영어로 한마디라도 하고 올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이렇게 설렘 반, 걱정 반으로 미국으로 떠나게 되었다.

Welcome to UCLA

이륙 3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해 수속하는 게 좋다고 해서 아침 일찍 출발하여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분명히 할 일은 많이 없었는데 짐 부치고 비행기 표 받고 돌아오는 날 탈 고속버스를 예약하고 나니 탑승 시간이 조금밖에 남지 않았었다. 조금만 늦게 왔으면 약간 시간이 부족했을 것 같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미국의 델타 비행기였는데 수화물 분류하는 기계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이륙이 1시간 이상 지연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1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이륙 전 문제가 생겨 1시간이나 비행기에 타고 있으려니 힘들었다. 전까지는 비행기를 많이 못타봤으니까 막연하게 비행기 타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 했었는데 13시간 정도를 비행기를 타고 가다보니 더 이상 비행기는 타기 싫어졌다. 가는 동안 비행기 안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지루해서 잠만 잤다. 미국에는 아침에 도착했는데 비행기에서 내내 잔 덕분에 시차적응 하는 것은 힘들지 않았다. 출국 전 인터넷에서 LA의 날씨를 찾아 옷을 어떻게 챙겨가야 하나 열심히 고민했지만 도저히 감이 오질 않았다. 찾아보니 초여름 날씨에다가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다고 했다. 여름 옷을 가져가자니 밤에 추울 것 같아 가을 옷을 가져가기로 했다.

첫 주는 LA에 비가 많이 온 다음이라서 쌀쌀했었다. 그래서 옷을 잘 갖고 왔구나 생각했었다. 밤에는 바람도 많이 불고 추워서 히터를 틀었는데 따뜻한 바람은 나오지 않고 찬바람만 나와서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일어나면 코끝이 차가웠고 으슬으슬 했다. 너무 추워서 룸메이트와 담요하나를 더 받아오니 조금 나았다. 미국에 도착해서 UCLA로 가는 셔틀이 있다고 들었지만 낯선 나라에 와서 헤매면 위험하니까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갔다. 택시기사는 일본인이었는데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고 미국에 처음 왔고 팁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니까 팁에 대한 얘기도 해주셨다. 숙소에 도착했을 때, 입구가 구석에 숨어있어서 어디에 있나 찾느라 헤매기도 했다. 체크인을 하기 위해 관리자에게 인터폰을 했었는데 분명히 5층으로 오라고 했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니까 5층이 없고 4층까지 밖에 없었다. 의아해하며 일단 4층에서 내렸다. 옆에 문을 여니 계단이 있었는데 계단으로 올라가면 될 줄 알고 5층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5층의 문을 열려니까 열리지 않았었다. 다시 4층으로 가려고 문을 열려고 하니 열리지 않았다. 비상계단에 갇힌 것이었다. 당황해 하고 있었는데 바깥쪽에서 사람 소리가 나서 문을 두드려 열어달라고 했다. 다행히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다. 나와서 다시 엘리베이터를 보니 내가 타고 올라온 엘리베이터 옆에 또 다른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버튼이 ‘Roof’, ‘Up’, ‘Down’, ‘Lobby’ 이렇게 네 개가 있었는데, 일단 ROOF가 5층이거니 하고 눌렀다. 우리가 타고 온 엘리베이터 옆에 있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우리가 타고 온 것은 LOBBY부터 4층까지 갈 수 있는 것이었고, 옆에 있던 것은 주차장부터 ROOF까지 갈 수 있는 것이었다. 왜 이렇게 나눠서 처음 오는 사람들 헷갈리게 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무사히 5층에 가서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숙소는 4인 2실이었는데 먼저 와있던 또 다른 룸메이트 역시 한국인이었다. 외국인과 룸메이트를 해서 다른 나라 친구들을 만들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미국 생활을 좀 해본 분 같아서 미국에서 생활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유일한 외국인 룸메이트였던 Wendy는 늦게 일어나고 밖에 나가면 밤늦게 들어와서 얼굴 볼 일이 많이 없었다. 숙소로 짐을 옮기고 선배를 만나 숙소 주변을 알아보기로 했다. 처음이라 지도를 들고 나갔는데 생각보다 길 찾는 게 쉬웠다. 우리가 다음 날 가야하는 강의실을 찾기로 했는데, 똑같은 이름의 건물이 두 곳이 있었다. 일단 숙소와 가까운 곳을 가봤는데 그곳이 아니라 더 걸어가야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도 보는 법을 알았고 대충 주변이 어떤지도 알았으니 내일 잘 찾아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돌아왔다. 식사를 하려는데 숙소에서 밥을 주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사먹거나 요리해 먹어야 했다. 물론 숙소에 주방이 있었고 시설도 나름 잘 되어 있었지만 주로 사먹었었다. 저녁으로 피자를 먹기로 했는데 우리는 한국에서처럼 일단 자리를 잡아 앉았다. 앉아있는데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냥 무엇을 먹을지 어떻게 주문을 하는지 고민하느라고 바로 주문하지 못하고 계속 앉아 있었다. 우리 다음에 들어온 손님들을 보고 우리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미국은 자리에 앉기 전에 줄을 서서 주문을 해야 한다. 아니면 입구에서 서있고 안내를 받은 다음 앉아 주문을 해야 한다.

First Class

이튿날, 강의실에 가기 위해 아침 일찍 나섰다. 수업이 있었던 건 아니고 수강등록을 하고 배치고사도 보고 다음날 있을 오리엔테이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숙소주변에는 사먹을 수 있는 곳이 없고 다른 숙소들만 줄지어 있다. 숙소에서 음식점, 강의실, 마트 등이 있는 곳까지 나가려면 2~30분이 걸리는데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시간이 더 걸렸었다. 게다가 전날 잘 찾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어디로 갔는지 지도를 보고 가는데도 헤매서 강의실에는 예상시간 보다 늦게 도착했다.

수강신청서를 작성한 후 선생님과 짧은 일대일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한 선생님은 Ben이라는 분이었는데 인상이 좋으신 분이었다. 어디서 왔느냐, 하는 일은 무엇이냐, 전공은 무엇이냐 등등의 간단한 질문을 하셨다. 무사히 인터뷰를 마치고 배치고사를 봤다. 선생님들은 처음이자 마지막 시험이 될 거라면서 편하게 보라고 하셨지만 시험이라는 생각에 약간 긴장했었다. 시험의 형태는 토익 같았는데 난이도는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까지 다양했다. 배치고사 후 미국의 대표적인 마트 중 하나인 Ralphs에 가보았는데 한 층에 모든 것이 다 있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여러 층에 나뉘어 져 있을 물건들이 미국에서는 한 층에 다 있을 수 있었다. 미국에서 1달 이상 생활하고 장 보러 갈 일이 자주 있을 것 같다면 회원카드 하나 정도 만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할인되는 품목들이 많기 때문에 회원카드가 있다면 돈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걸 잘 모르고 뒤늦게 만들었다. 간단하게 이름과 사는 곳을 적으면 더 저렴하게 장을 볼 수 있었고 돈도 아꼈을 텐데 아쉬웠다.

UAE, 타이완, 중국에서 온 사람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한국인이 너무 많아서 내가 미국으로 영어를 배우러 온 게 맞나 싶었다. 선생님과 학생들은 각자 자기소개를 하고 책을 사러 UCLA Store로 갔다. UCLA 캠퍼스가 워낙 넓어서 수업 받는 곳에서 서점까지 버스를 이용해서 갔다. Bruin Bus라고 하는 UCLA 캠퍼스 안에서만 운행되는 버스였는데 무료였다. 선생님과 캠퍼스 투어를 하는데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보던 고풍스러운 느낌의 학교 건물들이 있었고 학생들은 잔디밭에 앉거나 누워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서점에 들어가기 전에 큰 가방은 입구에 맡기고 들어간다. 우리가 쓸 교재는 책이라기보다 프린트되어 있는 것을 묶어 놓았는데 세권에 $75정도 되었다. 책을 사러 간 UCLA Store에는 서점 외에도 화장품, 옷, 문구, 음식 등 여러 가지를 팔고 있었다.

Courses

수업은 오전과 오후로 나뉘었다. 오전 수업은 9시부터 12시까지 하는 수업으로 다시 월, 수요일은 Academic 수업, 화, 목요일은 Culture 수업으로 나뉘었다.

Academic 수업은 말 그대로 문법, 어휘 등을 배우는 수업이었고 Culture 수업 역시 미국 문화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 배우는 수업이었다. 수업은 녹음하신 것을 틀어주시면 빈칸에 알맞은 단어를 적고 답을 확인하기도 하고, 학생들이 다양한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주제를 정해 놓고 자신의 나라는 어떤지, 즉 문화에 대해 소개하기도 하고 가끔 퀴즈를 푸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우리나라의 수업방식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학생들끼리의 대화, 선생님과의 대화가 많다는 것이었다. 책상도 4명이 1조를 이루도록 되어 있어서 학생들 사이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도록 되어 있었다.

수업시간에 배우는 문법이나 주제 같은 것은 이미 중고등학교 때 배운 것이 많았다. 오히려 영어를 배운 다거나 영어에 익숙해지는 방법은 다른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이었다. 수업시간에도 한국에서처럼 가만히 앉아 있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선생님 또는 반 학생들과 계속 대화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다른 학생들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 배우는 중이기 때문에 말하는 게 어설펐지만 서로 도와가며 대화를 이끌어 갔다. 완벽하게 영어를 구사한 것은 아니었지만 서로의 말을 이해하고 대화를 통해 서로의 나라에 대해 알아가다 보니 어설픈 실력일 지라도 대화하는 게 재밌어졌다. 또, 외국인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우리나라 학생들은 뭔가 문법에 맞춰 말하려고 하는 노력이 보였다. 그래서 더듬더듬 말하고 말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았다. 반면 다른 나라 학생들은 문법에 맞지 않아도 말하는 모습이 훨씬 자연스러워 보였다.

Discover LA

오후 수업은 1시부터 3시까지였고, ‘Discover LA’라고 LA의 명소들을 조사하고 견학한 후 블로그를 통해 생각을 적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Facebook과 비슷한 사이트를 통해 블로그를 올리고 사진,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 사이트를 통해 다른 친구들의 블로그에 글도 남길 수 있어서 다른 수업보다 친구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수업을 통해 Getty Center, Hollywood, Venice Beach, Beverly Hills에 갔다 왔는데 이 수업이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사실들도 알 수 있고, 미국에서 만난 친구들과 여행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수업시간에 이곳저곳 다니면서 찍은 사진으로 슬라이드 쇼도 만들고 내레이션도 녹음을 했는데 알고 보니 마지막 날 수료증 받을 때 우리가 한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해서 한 것이었다. 우리조가 한 것도 나왔었는데 슬라이드 쇼를 만들 때의 장면이 떠올라서 재밌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Discover LA에서 간 첫 번째 장소인 Getty Center는 Westwood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다. Getty Center는 중세부터 현대까지의 서양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건축, 정원 등 볼거리 또한 풍부했다. 입구로 가기 위해서는 tram이라는 케이블카 같은 것을 타고 가야 했다. 타고 가는 동안 보이는 길게 뻗은 도로와 산이 이루는 풍경이 굉장히 멋졌다. 도착 후 조별로 구경하기로 하고 흩어졌다. 중세유럽의 여러 작품을 보았고 조각도 보았는데 제일 인상 깊었던 곳은 정원이었다. Getty Center에 가기 전 수업시간에 Getty Center에 대해 미리 조사하고 갔기 때문에 알고 있던 사실들을 하나하나 확인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였었다. Hollywood에는 Walk of fame이라고 하는 분홍색 별모양 안에 유명 인사들의 이름과 관련분야가 적혀 있는 것이 거리에 있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조니 뎁, 톰 크루즈 등 많은 스타들의 이름이 적힌 도로를 거닌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독특한 복장을 한 사람들, 신기한 묘기를 부리는 사람들, 춤을 추는 사람들 등 독특한 거리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Kodak theatre, 유명 인사들의 Footprint가 앞에 있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Grauman’s Chinese Theater와 같은 곳을 구경하였다. Walk of fame도 마찬가지였지만 내가 아는 스타들의 Footprint를 찾는 재미도 있었다.

세 번째로 간 곳은 베니스 비치(Venice Beach)였다. 수업시간에 가기 전에 UCLA에 같이 온 넷이서 한 번 가보기도 한 곳이다. 베니스 비치에 가기 전에 산타 모니카(Santa Monica)에도 갔었는데 두 해안가가 연결되어 있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산타 모니카는 조용하고 여유롭기도 하면서 도시적인 느낌이다. 반면에 베니스 비치는 산타 모니카에 비해 활기가 넘쳤다. 전위 예술가들이 모이기도 하고 해안을 따라 알록달록하고 아기자기한 액세서리를 파는 가게들이 많았다. 더운 날씨 덕에 웃옷을 입지 않고 다니는 남자들과 숏 팬츠 차림으로 걸어 다니는 젊은 여자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수업시간에 조별 과제로 베니스 비치에 있는 몇몇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였다. 스케이트보드장이 있는데 그 곳에서 보드를 타던 분과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처음에는 거절당했었다. 약간 위축되는 느낌도 있었지만 용기 내어 스케이트보드 타던 다른 분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고 성공적으로 첫 인터뷰를 마쳤다. 그리고 나서도 브라질, 타이완에서 온 방문객과도 인터뷰를 하였다. 갑작스런 인터뷰였던 데다가 우리의 부족한 영어실력에도 모두들 친절하게 답해주셔서 인터뷰를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베니스 비치에 처음 왔을 때는 자전거를 대여해서 베니스 비치를 구경하기도 했었다.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해변을 따라 잘 나있었기 때문에 쉽게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도로가 넓은 게 아니라서 조심해야 했다. 부주의한 사람들이나 좁은 도로 때문에 가끔 사고가 났었다.

오후 수업인 ‘Discover LA’에서 간 마지막 장소는 베버리 힐즈의 로데오 거리였다. 온갖 명품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거리였는데, 베버리 힐즈에 가기 전에 학생들이 그곳에 있는 브랜드를 하나씩 맡아 소개하기로 했다. 나는 ‘Fendi’를 맡았고 덕분에 그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물론 다른 친구들이 설명을 잘 해줘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브랜드의 몰랐던 부분까지 알 수 있어서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Around UCLA

수업이 끝나면 3시였기 때문에 숙소에 일찍 들어가긴 아까워서 가까운 곳을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차가 없었기 때문에 대중교통 중에도 버스를 많이 이용했다. 가고 싶은 곳까지의 교통정보는 인터넷에서 찾았다. 내가 있는 곳과 목적지를 치면 몇 번 버스를 타야 하는지, 어느 정거장에서 내려야하는지, 몇 분이 걸리는 지 등을 알려준다.

버스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metro, local, big blue bus 등이 있다. metro를 주로 이용했는데 다른 버스들 보다 정거장에 많이 서지 않아 빨리 간다는 게 좋았다. 버스비는 $1~1.5정도 되었고 때에 따라서는 그 이상인 경우도 있다. 미국의 버스에 대한 좋은 인상도 많이 받았다. 나이 많으신 분들이 탈 때나 무거운 짐을 갖고 있는 분들이 탈 때, 버스를 낮추어 쉽게, 편하게 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다. 기사가 직접 자리에서 나와 자리에 앉도록 도와주는 장면도 여러 번 봤다. 미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휠체어를 탄 사람들도 버스를 이용하기도 했는데, 휠체어를 탄 사람이 있으면 제일 먼저 탈 수 있게 해주었고 버스에 오를 수 있도록 판 같은 것이 나왔다. 휠체어 전용 자리에 갈 수 있도록 기사가 도와주기도 했다.

미국에 있는 동안 우연히 할리우드 스타를 볼 수 있는 기회도 여러 번 있었다. 한번은 동네에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어서 무슨 일인가 하고 가봤더니 애쉬튼 커쳐와 나탈리 포트만이 새로운 영화 개봉으로 시사회 하러 온 듯하였다. 할리우드 영화배우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서 누가 누군지 잘 몰랐지만 숙소로 돌아와 검색해 보고나서는 내가 유명한 사람들을 봤었다는 것에 실감이 나지 않았었다. 또 다른 한번은 골든 글러브를 하는 날이었다. 베버리 힐즈에서 가게를 구경을 하고 공원에서 사진을 찍으며 놀고 나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또 사람이 몰려 있는 것이었다. 왜 이렇게 환호를 하고 몰려 있는지 가까이 가봤다. 그랬더니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검은색의 근사한 차들이 눈앞을 지나갔다. 가끔 몇몇 스타들은 차 창문을 내려 팬들에게 인사하기도 했다.

처음 3일 정도는 숙소 주변 westwood를 돌아다녔다. 워낙 넓어서 다 돌아볼 수 있을까 싶었지만 밤늦게 까지 열심히 돌아다니다 보니 westwood는 금방 돌아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밤에 돌아다니는 게 위험해서 저녁만 먹고 들어올 계획이었는데, 학교 캠퍼스 내부이기도 하고 치안이 잘 되어있다고 느껴져서 10시까지 돌아다녔는데도 안전했다. westwood를 다 둘러보았으니 가까운 곳으로 하루에 한군데씩 정해서 버스타고 나갔다 오기로 했다. 우리의 처음 목적지는 westwood에 있는 HAMMER MUSEUM이었다. 동네에 있었기 때문에 버스를 탈 필요는 없었다. 이 박물관은 Hammer라는 사람이 UCLA에 기부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목요일에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우리는 이를 이용해 목요일에 박물관에 갔다 왔다. 총 3층으로 되어있는데, 1층에는 3개월마다 바뀌는 전시를 하고, 2층에는 아담한 카페가 있고 3층에는 유명한 Hammer의 Collection이 있다. The Grove에는 쇼핑을 하러 갔다 왔다. 들어가기 전 파머스 마켓이라고 분위기는 우리나라의 시장 같다. 여러 가지 음식을 팔았는데 한국 음식점도 있었다. 미국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한국음식점이나 한국어로 되어있는 간판을 볼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반가웠다. 수업이 끝나고 간 거라 grove에 도착했을 때에는 약간 어두워져있었는데 화려한 조명이 멋있었다.

Camarillo Outlet

UCLA에서는 멀지만 미국에서 큰 아울렛 중 하나인 Camarillo Outlet에 주말을 이용해 갔다 왔다. 이 아울렛에 가기 위해 차가 없는 우리는 기차를 타야 했다. 처음에 역에 도착했을 때는 기차역이 맞나 싶을 정도로 조그맣고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대부분이 자신의 차를 갖고 있는 미국에서는 기차를 잘 이용하지 않는 것 같아 그런 것 같았다. 미국의 기차는 2층으로 되어있었다. 좌석 간의 간격은 좁아서 다리를 놓기도 불편했었다. 아울렛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었다. 기차를 타고 오는 동안에도 불편했는데 기차에서 내려서도 한참을 걸었다. 아울렛까지 가는 버스나 택시가 없었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물어물어 아울렛에 도착했다. 쇼핑을 하기도 전에 힘이 다 빠져있었다. 아울렛을 보고서는 그 크기에 놀라고 가격에 한 번 더 놀랐다. 130개 이상의 가게들이 있었고 한국에서의 가격에 비하면 싼 가격에 신기하기도 했다. 아울렛에 늦게 도착하기도 했고 워낙 넓었기 때문에 다 돌아보지 못했다. 그리고 UCLA로 돌아가는 기차 시간도 맞춰야 했기 때문에 서둘러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정말이지 가슴을 졸이게 했다. 기차 출발 시간 보다 1시간 전에 나왔기 때문에 역까지 가는 길에 여유롭게 걷고 있었는데 기차시간을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20분도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역에서 아울렛까지 가는 길을 생각했을 때 터무니없이 적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기차를 타는 것은 포기했다. 우리가 샀던 표가 다음날에도 이용할 수 있었는데 역 근처에서 밤을 새고서는 다음날 아침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그렇게 밤을 어디서 보낼지 걱정하며 걷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같이 가고 있던 친구가 주유소로 달려가더니 주유소의 직원에게 우리의 사정을 말하고 차 좀 태워달라고 부탁했더니 그렇게 하시겠다고 했다. 고마웠지만 시간은 5분도 남지 않았었다. 직원은 5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놓칠 것 같았다. 그런데 다행히 기차가 출발하기 1분 전에 도착했다. 우리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우리가 타야 할 기차가 도착한 것이다. 기차를 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포기 하고 있었는데 기차를 타니 그저 놀라웠다. 기차를 타고 역까지 와서 숙소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가 1시간이 넘도록 오지 않아 추위에 덜덜 떨었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무서 웠지만 다행히 버스가 와서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 어디든지 돌아다니려면 버스 시간이나 주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Disney Land & Universal Studio

미국가면 꼭 가보라고 추천받은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셜 스튜디오에도 갔다 왔다. 인터넷을 잘 찾다보면 입장권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가 있다. UCLA에 티켓을 파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유니버셜 스튜디오 표를 사니까 $20정도를 싸게 살 수 있었다. 두 곳 다 워낙 넓고 볼거리가 풍부하기 때문에 티켓을 며칠에 걸쳐 구경할 수 있게 한 것도 인상 깊었다. 디즈니랜드의 경우 주변의 호텔에 머물면서 4일 동안 구경할 수 있는 티켓도 있었다. 보통 디즈니랜드하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었다. 놀이기구를 탈 때에도 내가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듯한, 직접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디즈니랜드는 두 개의 파크로 되어 있는데 그 중 하나만 돌아다니는 데도 하루가 부족했다. 또 조금 걷다 보니 탈거리, 먹을거리, 볼거리가 많아 하루 만에 다 보기 힘들 것 같았다. 며칠에 걸쳐 디즈니랜드를 구경한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었다. 밤이 되면 디즈니랜드에서 공연도 많이 하기 때문에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며칠 동안 디즈니랜드에 있으면서 구경하고 싶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역시 하루 만에 구경하기는 힘들다. 더군다나 프로그램의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구경하기 위해서 시간 맞추기도 힘들었었다. 프로그램 중 하나인 ‘슈렉 4D’는 특수효과가 더해져서 ‘슈렉’을 더 생생하게 즐길 수 있었다. 재채기를 하면서 침을 튈 때 앞 의자의 장치에서 물이 뿜어져 나왔을 때는 재밌으면서도 살짝 기분 나빴다. ‘유니버셜 애니멀 액터’라고 개, 앵무새, 닭, 돼지, 매 등의 동물들이 나와서 하는 쇼도 구경할 수 있었다. ‘스페셜 이펙트 스테이지’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사용되는 특수효과들을 직접 보여줬다. 이곳은 쇼들은 관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었다. 직접 공포영화에서처럼 사람의 팔을 칼로 자르는 연기도 하기도 했다. 그냥 놀이공원이 아니라 ‘영화’와 관련된 테마파크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기도 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일찍 문을 닫기 때문에 시간에 쫓겨 다녔지만 나중에 아쉽지 않도록 열심히 돌아다녔다.

Back To Home

시간이 나면 계속 돌아다닌 탓에 처음 일주일동안은 발이 아팠지만 나중에는 체력이 길러져서인지 힘들지 않았다. 수업도 열심히 듣고 매일같이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야 적응하고 친구들도 좀 생겨서 익숙해졌는데 돌아가야 한다니 실감이 나질 않았었다. 우리가 간다고 하니까 수업을 같이 듣던 친구들이 파티를 열어 주었다. 한번은 선배들과 브라질 친구들에게 코리아타운에 가서 삼겹살을 사다가 구워 준 적이 있었는데 브라질 친구들이 고맙다고 브라질 음식을 요리해 준다고 초대해서 가기도 했다. 처음에는 다른 나라 음식이라 입맛에 맞을 지 걱정되었다. 그런데 맛보라고 고기를 조금 주는데 먹어보니 괜찮았다. 브라질에서 매일 먹는다는 요리도 먹어봤다. 팥으로 요리한 음식이었는데 밥에 비벼먹으면 되었다. 약간 짜고 쌀이 우리나라와 달라서 이상하긴 했지만 맛있었다. 브라질 친구들이 다양한 요리를 맛있게 대접해줘서 고마웠다.

수업 마지막 날에는 수료증을 받았다. 일종의 졸업식이었는데 학생들이 나와서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수료증은 반별로 나와서 선생님께서 한명씩 호명하면서 나누어 주셨다. ‘Discover LA‘시간에 한 슬라이드쇼와 녹음, 인터뷰 영상도 중간 중간에 보았다. 처음에 오리엔테이션 할 때는 다들 조용하더니 마지막 날이 되니까 그동안 수업을 받으면서 친해져서 그런지 화기애애했다. 수료증을 받으면서 이제 끝이라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았었다. 나이도 국적도 다른 친구들을 만나면서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니 많이 그립고 아쉽기도 했다. 수료증 수여식이 다 끝나고는 포토타임이 이어졌다. 반별로 사진을 찍고 친구들과도 사진을 찍었다. 계속 연락하자고 페이스북도 교환했다. 지금도 페이스북에 친구들의 소식이 올라오면 코멘트를 달기도 하고 내 소식을 전하면서 연락하고 있다. 처음엔 넓은 미국에 처음 와서 어떻게 생활하고 친구는 어떻게 사귀나 걱정했었다. 하지만 길 것 같았지만 짧았던 4주 동안 새로 사귄 친구들과 많은 추억도 만들고 여러 명소에 놀러가 보기도 했다. 이번 UCLA에서의 program은 좋은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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