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11년 겨울 해외연수프로그램 중 펜실베니아 대학의 English Language Program(ELP)에 한 세션(7주) 참여했다. 제 1트랙이 일반경영인 만큼 비즈니스 관련 영어를 배울 수 있는 BIP를 선택했다. 펜실베니아 대학은 미국 동부 펜실베니아 주의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로 줄여서 유펜(UPENN)이라고 불린다.

유펜은 1740년 필라델피아 시민들이 설립을 추진한 자선학교로 10년 후, 벤자민 프랭클린이 중심이 된 이사회가 자금 부족으로 중단 된 학교 건축을 인수하여 1751년 새로운 학교로 세웠다. 대부분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초기에 성직자 양성을 목적으로 세워진 반면 유펜은 교육의 사회 환원과 실용성을 중요시하는 학교로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1791년 주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되면서 미국 최초의 종합대학교가 되었다. 유펜의 와튼 비즈니스 스쿨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며 최근 파이낸셜타임즈의 ‘2011년 세계 MBA순위’에서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과 공동 1위를 했다. 한국내 와튼스쿨 출신 인사로 안철수 KAIST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원장, 권영준 경희대 교수 등이 있다.

1월 4일 미국에 도착했고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5일에는 간단한 학교 소개와 ELP에 대한 설명을 듣고 Placement Test를 쳤다. ELP는 두 개의 시험을 통해 학생의 영어 실력에 따라 반을 나누는데 하나는 미국에 가기 전 한국에서 사전에 컴퓨터로 문법 문제를 묻는 Placement Test였고 다른 하나는 5일에 한 글쓰기 시험이었다. 유니스트 입학 전에 친 토익시험 이후로 내 영어실력이 어느 수준에 있는 지 알아 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조금은 긴장이 되었다. 오리엔테이션 둘째 날에는 캠퍼스 투어를 하고 마지막 날에는 그 세션을 함께 공부하게 될 학생들이 함께 점심을 먹는 자리가 마련되었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어서 좀 놀랐다.

BIP는 ELP의 다른 프로그램들과 달리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영어가 아닌 비즈니스 상황에서 필요하고 쓰이는 영어를 중점적으로 배우는 프로그램이었다. 다른 반들은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온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BIP는 유난히 한국학생들이 많았다. 우리 반에서는 내 나이또래가 제일 어렸는데, 대학생뿐 아니라 회사에서 영어공부를 위해 보낸 직장인들, 하던 일을 그만두고 MBA 입학을 위해 영어공부를 하러 온 분들, 미국으로 휴식 겸 영어공부를 하러 오신 분들 등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반에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동안 영국 런던에서 유펜의 ELP와 비슷한 English School에서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과 함께 영어공부를 할 때는 다른 언어를 쓰는 외국인 어른들과 영어로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었는데 이번 겨울에는 그때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느꼈다. 수업 시간에 두 명 혹은 여러 사람들이 함께 같은 주제로 의견을 나누는 시간에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가진 경험이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도전을 받았다.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를 하면서 상상했던 내 모습과 유니스트에서 보낸 2년을 돌아보면서 학생으로서 최선을 다 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반성하는 시간도 가졌다. 공부 외에 분명 배운 것들이 있기 때문에 후회는 하지 않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남는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시간을 더욱 값지게 보내기 위해 이미 지난 시간을 아쉬워하기보다 남은 시간을 준비하면서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Course Description

BIP에서 수강한 과목은 Speaking in the Working World, Breakthrough Reading, Business Writing, Target Listening이었고 각 75분 수업으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수업이 있었다.

Speaking in the Working World(SWW) 시간에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회의, 협상, 발표를 효과적이고 바르게 하는 방법을 배우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직접 연습을 했다. 회의시간에는 두 가지 시뮬레이션이 있었다.

첫 번째는 CellCom이라는 회사가 해외에 공장을 두고 사업을 시작할 때 어떤 요인들을 우위에 둘 것인지를 결정하는 회의와 어떤 회사에서 물건들이 사라지고 주위에서 범죄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CEO, CFO, 인사관리자 등 여러 직책의 사람들이 모여서 해결방안에 대해 얘기하는 회의였다. CellCom시뮬레이션은 순서를 정해서 한 사람이 정해진 시간동안 의장이 되어 회의를 이끌고 나머지가 의견을 내면서 중요한 요인들을 하나씩 결정했다.

두 번째 시뮬레이션은 반을 두 팀으로 나누어 한 팀이 회의를 할 때 다른 팀은 각각 한 사람을 정해서 peer evaluation을 했다. 종이 뽑기를 통해 역할을 정했는데 나는 CEO와 CFO를 맡았다. CEO의 역할에서는 회의를 진행하면서 회사 전체 상황을 고려해야 했고, CFO의 역할에서는 정해지는 해결방안에 얼마만큼의 비용이 들 것인지, 협상시간에는 Armani라는 의류회사에서 Macy’s라는 백화점에 입점하고자 하는데 이때 서로가 요구하는 부분(매장의 크기, 위치, 이익 분배 등)을 협상을 통해 결정했다. 나는 Macy’s 팀이었는데 Macy’s가 유리한 쪽으로 협상이 끝나 뿌듯했다.

발표시간에는 CellCom회의에서 고려중인 베트남, 아일랜드, 인도, 슬로바키아 중에서 한 나라를 골라서 그 나라에 대해 설명하고 CellCom이 그 나라에서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발표했다. 나는 한국인 대학생인 오빠와 한 조가 되어 슬로바키아의 지리적 요건, 사회기반시설, 교육 등을 소개했다.

Breakthrough Reading시간에는 비즈니스 관련된 기사, 자료들을 읽고 문제를 풀거나 토론을 했다. 매주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주신 기사를 정해진 시간에 읽고 문제를 풀었다. 비즈니스 관련 기사를 영어로 읽는 게 익숙하지 않아 당황스럽고, 문제를 풀면 다 맞는 경우에도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선생님께서 알려주시는 방법들을 따라 공부하다보니 나중에는 내가 확실하게 느낄 정도로 나아졌다.

나머지 시간에는 ‘100 Great Businesses’라는 책에 관련된 여러 가지 활동을 했다. 이 책은 100가지의 다른 회사들을 한 주제로 네 개에서 다섯 개의 회사를 묶어놓았는데 각 회사들이 어떻게 시작되어서 어떤 과정들을 거쳤으며 현재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려준다. 매주 다른 주제를 정해고 그 주제에서 회사를 하나 골라 요약을 하고 다른 회사를 읽은 사람들과 한 팀이 되어 서로 회사를 소개했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 수업시간에는 팀을 나누어 그 동안 공부 한 회사들을 우리만의 주제로 묶어서 발표를 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들뿐만 아니라 유명하지만 그 회사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도 많이 알게 되어서 흥미로웠다.

Business Writing시간에는 비즈니스 생활에서 쓰이는 이메일, 편지, 이력서, 보고서 등을 작성했다. 정해진 상황에서 사용해야 하는 단어들과 어투들을 어떤 형식에 적용해서 작성을 해야 하는지 배웠다. 거의 매주 최종적으로 과제 제출이 있었는데 그 전에 먼저 선생님의 첨삭을 받고 내가 고쳐서 최종 제출을 했기 때문에 어느 부분에서 틀렸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Target Listening시간에는 green business, innovative technologies, operating systems 라는 큰 주제들을 서로 연관 시키면서 각 주제에 대해 동영상, 오디오 파일을 듣고 문제를 풀고 토론을 했다. 토론 시간에는 항상 그 날의 주제에 대해 자기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 시간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들이 어떤 다양한 상황에 놓여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매주 선생님께서 정하신 인터넷 사이트로 들어가 하루에 동영상을 하나씩 보고 한 줄로 짧게 요약해서 제출하는 과제와 한 회사를 정해서 그 회사의 광고들을 반에게 소개하고 분석하는 과제도 있었다. 마지막 수업시간에는 각 나라의 tv 광고를 하나씩 보여주는 시간을 가졌는데 문화가 다른 만큼 tv에 나오는 광고들의 분위기 차이고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ELP에서는 수업 외 활동으로 뮤지컬과 NBA 경기 관람, 유펜 캠퍼스 내에서 하는 활동들에 참여 할 수 있게 매주 정보를 알려주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STOMP라는 공연을 본 것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STOMP는 말없이 소리와 몸짓으로만 구성 된 영국 공연으로 우리나라의 유명한 공연인 난타가 STOMP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하기도 했다고 한다.

ELP에서 함께 공부를 한 같은 반 사람들도 유쾌하고 좋아서 수업을 듣는데 항상 즐거웠다. 다양한 직업과 경험을 가진 분들이 많아서 그 분들과 얘기하면서 내가 아직 모르는 직업 세계를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그 중 친해진 한국인 오빠 한 명은 중국 대학을 다니다가 영어를 배우러 왔는데 중국어와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외국어를 하나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 스페인어 인터넷 강의를 신청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Life in Philadelphia

필리(Philly)라고도 불리는 미국 동부에 위치한 필라델피아는 펜실베니아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동시에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이다. 필라델피아 공항에서 택시로 10분 정도에 위치한 The Axis라는 숙소에서 두 달을 보냈다. 숙소에서 침구류는 제공하지 않아 한국에서 침낭을 준비해 갔는데 난방이 잘 되어 있어서 대부분 춥지 않게 편하게 잘 수 있었다. 하지만 가끔 너무 춥거나 공사 때문에 난방이 작동되지 않는 날들이 있었는데 그때는 한국에서 가져 간 오리털 패딩을 입고도 떨면서 자야했다.

한국만큼 춥지 않았지만 필라델피아에는 종아리까지 쌓일 만큼 눈이 많이 왔다. 눈이 귀한 부산에서 20년을 살며 본 눈과 앞으로 부산에서 보게 될 눈을 두 달 만에 다 보고 온 것 같다.숙소 안에는 당구장, 헬스장, 공동 취사장 등이 있었고 거의 매주 숙소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 영화나 tv를 보는 시간도 있었다.

숙소식당의 메뉴는 다양했고 맛도 모두 괜찮았다. 외국에 여행을 가면 한국음식은 되도록 먹지 않고 그 나라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는데 입맛에 잘 맞아서 즐거운 식사시간을 보냈다. 숙소식당이 문을 닫는 주말에는 가까운 슈퍼마켓에서 사 온 빵이나 간식을 먹었다. 공동 취사장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요리 도구를 준비해야 했는데 두 달간 머무르면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요리를 해서 밥을 해 먹지 않았다.

필라델피아에 지내는 동안 제일 즐거웠던 시간은 유니스트 09학번 나노생명화학공학부 이다정 학생이 방문한 5일간의 시간이었다. 이다정 학생은 한국에서 친하게 지낸 언니로 UC DAVIS에서 4주간 EST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 비행기를 타고 필라델피아에 왔다. 언니가 왔을 때 필라델피아 시내를 구경했다. 미국에 머무는 동안 설날이 있었는데 그때 같은 반 오빠가 한국인들을 모아서 떡국을 끓여주어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즐거운 명절을 보냈다.

Trip to New York & Washington D.C.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필라델피아에서 가까운 뉴욕과 워싱턴을 다녀왔다. 뉴욕이 자유롭고 신나는 놀이공원의 분위기였다면, 워싱턴은 차분하고 단정한 학교 같은 느낌이었다. 뉴욕은 미국 최대의 도시로서, 미국의 상업, 금융, 무역, 문화의 중심지이다. UN본부가 설치되어 있어 국제정치에도 중요한 도시이다. 뉴욕은 두 번 다녀왔는데 필라델피아에서 버스로 두 시간 거리라 아침 일찍 출발해서 저녁에 돌아왔다. 처음 갔을 때는 타임스스퀘어, 록펠러센터, 뉴욕 공립 도서관 등 유명한 곳들만 들렀다. 그리고 두 번째 갔을 때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자연사 박물관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다.

뉴욕의 박물관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기부금 문화였다. 보통 20불 정도의 관람비를 내야하는데 그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낼 수 있는 만큼의 돈을 내면 입장을 하게 해 준다. 나도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미국에서 여행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20불은 큰돈이어서 기부금 입장을 했다. 하지만 박물관을 다 보고 나오면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내 아이들에게 더 훌륭한 박물관을 보여 줄 수 있도록 크게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박물관이 있어서 많은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 졌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워싱턴은 미국의 행정수도로 미국의 어느 50개 주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된 행정 구역이다. 워싱턴에는 국가 기념물과 박물관, 특히 스미소니언 박물관으로 유명하며 174개 대사관이 있다. 세계 은행, 국제 통과 기금 등 여러 기관의 본부도 워싱턴에 있다.

워싱턴은 필라델피아에서 버스로 세 시간이 걸리고 볼거리가 많아 숙소를 하루 예약해서 일박이일로 다녀왔다. FBI 본부, 국회의사당, 국립미술관, 자연사박물관, 백악관, 워싱턴기념탑, 제2차 세계대전 기념물, 링컨 기념관, 한국전쟁 참전 용사비, 항공우주박물관 등을 갔다.

2월 12일에 링컨 기념관을 갔는데 마침 그 날이 에이브래험 링컨 대통령의 202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행사로 예배가 진행되고 있어서 참여했다.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생일을 축하해주고 있는 링컨 대통령을 보며, 사람들의 마음속에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기억되기보다 훌륭한 한 사람으로 여전히 존경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며…

ELP 수업이 마치고 며칠 뒤 개강이라 바로 한국에 돌아와야 해서 먼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지 못해 아쉬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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