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생활-기숙사>

내가 묵었던 곳은 36th가와 체스넛(chestnut)가에 위치한 The Axis라는 곳이었다. 첫 날 비행기가 연착되어 9시 넘어 The Axis에 도착했다. 다행히 그 시간에도 데스크에 사람이 있어서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The Axis는 평일 9시부터 6시까지 1층 leasing room에 있는 매니저가 있고 데스크에서 거주자의 우편물 확인 같은 간단한 업무를 보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데스크에서 업무를 보는 사람은 주로 이곳의 거주자 들 중 학생 몇 명이 시간대별로 돌아가면서 일을 했다.

이곳에 머물면서 알게 된 것이 이곳은 한 달을 기준으로 돈을 내는 시스템이라고 룸메이트 언니가 알려줬다. 사실 프로그램 기간은 3주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며칠 더 묵으며 주위에 구경을 하다 갈 생각이어서 매니저에게 계약서에 되어 있는 3주가 아니라 한 달을 머물러도 되냐고 물어보니 그래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기간을 계약기간에서 좀 더 연장을 해서 따로 다른 곳에서 숙소를 구할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체크인을 하고 이곳에서 제공하는 식사에 대해서 물어보니 이번 방학동안 식당이 공사 중 이라서 이용할 수 없다고 했다. 그 학생의 말에 따르면 이곳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호텔의 조식과 같은 것이어서 식사에 대한 돈을 따로 환불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여기서 머무는 동안 모든 식사는 사 먹었어야 했다.

그렇지만 6층에 가면 STUDY LOUNGE라고 되어있는 곳이 있는데 그곳이 부엌이었다. 꽤 넓고 여러 조리시설들과 식탁과 기구가 갖춰져 있었다. 냄비를 비롯한 조리용품도 갖춰져 있었는데 이건 개인이 이곳에 둔건지 아님 이곳의 물품인지를 잘 몰라서 사용하지는 않았다.

방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국인 룸메이트 언니가 2주 먼저 와서 PENN에서 운영하는 Intensive English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언니는 PENN에 대학원생으로 입학을 앞두고 필라델피아와 PENN에 대해 알아두고자 미리 와서 공부중이라고 했다. 한국인이고 언니어서 그런지 몰라도 필라델피아와 PENN에 대해서 많이 알려주고 여러모로 많이 배려해줬다.

언니가 알려준 것에 따르면 40th가와 마켓(market)스트리트를 넘어가게 되면 위험하니 절대 가지 말라고 했다. 사실 필라델피아는 흑인이 엄청 많은 도시였다.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부터 비행기에 같이 탑승했던 관광객이외에 공항의 거의 모든 직원도 흑인이었고 내가 거주했던 유니버시티 시티에서도 흑인이 굉장히 많았다. 특히 언니가 말한 저 지역은 41th가 까지만 가더라도 높이 있고 촘촘히 배열되어 있던 건물들도 굉장히 띄엄띄엄 있고 분위기도 확 달라진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40th번가에 있는 큰 마트까지만 가끔 가봤고 그 위로는 가보지 않았다.

방은 두 명이서 쓰기에 꽤 넓은 편이었다. 일종의 원룸 같은 방이었다. 옷이나 다른 짐들을 둘 수 있는 방도 따로 있었다. 방에는 침대 두 개와 책상 두 개 에어컨, 냉장고, 전자레인지가 있었고 화장실도 방 안에 있었다. 들어보니 인터네셔널 하우스의 경우 화장실(욕실)이 방 안에 있지 않고 몇 명이서 공용으로 써야 해서 좀 불편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곳에서는 침대 매트는 제공하지만 따로 이불이나 시트, 베게는 제공하지 않으니 개인적으로 챙겨가야 한다.

1층에는 프린터실, 세탁실, 영화관, 테닝룸, 헬스장 등이 있었다. 이곳은 거주민들이 대부분 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다만 세탁실이나 테닝룸의 경우 돈을 따로 기기에 넣고 사용해야 했다. The Axis 안에 있는 시설들이라 크진 않지만 나름 깨끗하고 쓸 만 했다. 다만 세탁기는 운동화도 넣고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여름옷이라 가벼운 옷들만 가져갔기 때문에 손빨래를 했다.

<필라델피아 생활-유니버시티 시티>

유니버시티 시티는 PENN뿐 아니라 유명한 와튼 스쿨(Wharton school)과 드렉셀 대학교(Drexel University)가 있었다. 따라서 주위엔 기숙사나 대여 아파트도 많이 있었고 크고 작은 상점과 식당들이 많이 있었다. 더구나 PENN SECURITY라고 해서 PENN자체 내에서 유니버시티 시티를 지키는 경찰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이곳 학생들과 거주민들을 보호해 주었기 때문에 이곳은 안전한 곳이었다. 기숙사나 대여 아파트의 경우 한 블록 마다 하나씩 있었는데 학교 건물에서 가까운 것과 건물 내의 시설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다른 것 같았다. 식당들은 PENN에서 안내해준 휴스턴 홀(Houston Hall), 커먼즈(Commons), 조의 카페(Joe’s cafe)을 이용했었는데 특히 휴스턴 홀을 자주 이용했었다. 휴스턴 홀에서는 일본식 김밥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의 김밥과 비슷한 모양이지만 안에 들어가는 종류가 다른 것이 있었는데 가끔 밥이 먹고 싶을 때 주로 이용했다.

커먼즈와 조의 카페는 한 번씩 이용해 봤는데 커먼즈의 경우 11.25불을 내면 그곳에서 제공하는 모든 음식을 다 먹어 볼 수 있다. 햄버거, 파스타, 미국식 카레, 빵, 피자, 음료수, 과일과 아이스크림 등이 있었다. 다만 이곳은 PENN카드라고 해서 PENN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들에게 주는 카드가 있었는데 이 카드에 충전을 해서 이용하면 10불에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금을 내는 경우를 대비하여 거스름돈을 따로 준비해 놓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거스름돈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었던 적이 있었다. 다행히 카운터를 보시던 아주머니가 돈을 보태주셔서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다. 조의 카페는 와튼 스쿨 건물 지하에 있는 곳이었는데 샌드위치가 유명하다고 해서 가보았는데 나름 괜찮았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이라서 그런지 시설이 깔끔하고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였다.

이 곳 외에도 식당은 쉐라톤 1층에 있는 누들집이랑 40번가에 위치한 인도음식 뷔페와 34번가와 샌섬가에 위치한 햄버거집, 그리고 38번가에 위치한 한인식당엘 가 보았다. 이곳 모두 추천으로 간 곳이라서 주로 맛도 괜찮았고 가격은 팁과 세금 포함하여 10불내로 지불했다. 필라델피아 유니버시티 시티내에서는 한인 식당을 두 곳을 봤는데 내가 살고 있는 곳 바로 앞에 위치한 식당과 38번가와 39번가 사이에 위치한 식당 두 곳이었다. 그 중 나는 38번가와 39번가 사이에 있는 곳에 한 번 가봤었는데 그땐 오랜만에 한국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맛있었다. 팁도 따로 내지 않았었던 것 같고 다른 외국인들도 종종 찾아와 식사를 하는 것 같았다. 다만 위치가 바로 앞에 주차장을 끼고 있는 곳이라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찾기 힘든 곳이었다.

그렇지만 매번 이런 식당에서만 사먹은 건 아니었다. 대학 건물 주위에 푸드 트럭들이 많이 있었는데 학교에서 추천한 것 중에 매직카펫이라는 곳이 있었다. 이 푸드 트럭은 채식 주의자를 위한 곳이었는데 커다란 얇은 빵 사이에 채소를 넣은 음식을 팔았다.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한 번 사먹어 봤는데 소스를 잘못 골라서 그런지 너무 시고 피클 맛이 강해서 나에겐 별로였다.

이외에도 이용한 곳은 내가 수업을 듣던 건물 뒤편으로 가면 여러 군데의 푸드 트럭이 있었는데 이 트럭들 중에 중국음식을 파는 곳이 있었다. 이곳은 태국친구의 추천으로 가 본 곳이었는데 가격도 3달러에서 5달러 정도였다. 내가 먹은 것은 밥에 소고기를 올리고 약간 매콤하고 단 소스를 뿌린 음식이었는데 밥이 있어서 그런지 맛있었다. 소스도 괜찮았고 양도 엄청 많아서 두 번 정도 먹을 수 있었다.

마트의 경우 34번가에 CVS라는 체인점인 마트가 한 곳 있었고 40번가에 Fresh Grocery라는 주로 야채류, 채소류, 반찬류나 음식등을 취급하는 큰 마트가 하나 있었다. 그 외에도 와와(wawa)나 세븐일레븐(seven eleven)같은 작은 편의점들도 있었다. 간단한 먹을거리나 생필품의 경우 수업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CVS에서 구입했으며 과일이나 먹을거리를 사러 갈 경우 40번가에 있는 프레쉬 마켓을 이용했다. 그렇지만 프레쉬마켓은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걸어서 15분에서 20분정도 걸리는데 다양한 과일이 많아서 과일 살 때 자주 갔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먹지 않던 체리나 베리류의 과일들도 여기서 많이 사 먹었는데 맛있었다. 그렇지만 걷다보면 가깝지는 않은 거리라서 많이 구매하고 싶어도 너무 무거우면 들고 올 수 없었다. 그래서 과일만 몇 번 구매하고 주로 CVS를 이용했다.

주위에 카페나 디저트를 먹을 곳도 많았다. 커피숍이나 베이커리, 요거트 아이스크림 파는 곳이 있었다. 특히 스타벅스는 34번가 체스넛가와 월넛 바로 한 블록을 두고 두 곳에나 자리 잡고 있었고 다른 곳에서도 스타벅스는 정말 자주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은 자기취향대로 골라먹을 수 있고 맛있어서 그런지 저녁식사 이후에 디저트를 찾는 사람들로 굉장히 붐볐고 나도 룸메이트 언니와 함께 저녁을 먹고 자주 갔었다.

유니버시티 시티에는 PENN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고 관광객들도 한 번쯤은 들리는 PENN Bookstore가 있었다. 이곳은 2층으로 된 곳인데 주로 책을 팔지만 다른 문구나 PENN의 기념품 등도 팔았다. 2층에는 카페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공부나 책을 읽을 수도 있었다. 엄청나게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조용한 곳이었다. 우리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 몇 명이 PENN의 티셔츠를 구입했는데 모두다 이곳에서 구입한 것이었다. 나도 돌아오기 전날 이곳에서 PENN에 온 기념으로 점퍼를 구입했다. 이외에도 PENN 근처에 여러 상점들이 많아서 수업 끝나고 오후활동이 없는 날은 구경하기 좋았다.

수업은 정규적으로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9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되었다. 그렇지만 실제적인 수업은 9시부터 10시 반까지였으며 10시 45분부터 11시 45분까지는 주로 오후 활동에 대한 설명과 매주 한 번씩 있을 조별발표에 대해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이 부분이 좀 별로였던 것이 10시 45분부터 하는 활동은 그저 컴퓨터실에 가서 발표내용조사나 그날 오후에 가는 곳에 대해 미리 알아보는 것이었는데 이런 것들은 그 전날 미리 공지를 해서 개개인의 저녁시간이나 자유 시간에 알아볼 수 있는 것들이었으며 굳이 수업시간을 1시간이나 할애해서 할 필요까지도 없다고 생각했다. 나 뿐 아니라 같이 들었던 학우 몇 명들도 이렇게 시간을 버리는 것에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고 사실 컴퓨터실에서 컴퓨터를 하면 실제로 자료 조사를 하는 것보단 다른 개인적인 것을 하는 일이 더 잦았다.

9시부터 진행되던 수업에 대해서는 2-3일 정도에 교재의 한 챕터를 나가곤 했는데 보통 앞에 십분 정도는 그 전날 다녀온 오후 활동에 대한 감상을 묻거나 그날 갈 지역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했으며 수업내용은 리더십이나 마케팅 전략 같은 내용을 했다. 그렇다고 대학의 전공수업 같은 내용은 아니었으며 책에 있는 기사를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거나 학우와 의견을 교환하거나 하였으며 듣기 활동을 하고 난 후 맞는 문장 매칭하기, 단어를 가지고 문장 짓기, 문법적 용어를 사용하여 글쓰기 등의 활동을 하였다.

매 주 금요일 또는 목요일에 있었던 조별활동에 대해서는 발표활동으로 이루어졌는데 첫 주에는 우리가 여행사의 직원이라고 생각하고 필라델피아의 관광지 중 한 곳을 전략적으로 선택하여 소개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주에는 관광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찬반으로 나뉘어 토론하는 것이었으며 세 번째는 미국에서 상업화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의 모국의 무언가에 대해 소개하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세 가지 활동 중 토론이 가장 괜찮았던 것 같다. 토론은 즉석에서 말해야 하므로 다른 두 가지의 발표보다는 말하기에 도움이 좀 더 도움이 된 것 같았다.

솔직히 수업의 전반적인 내용은 전문적이라기 보다는 중학생들이 학원이나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수업시간에 쓰이는 단어나 문장들만 조금 난이도 있는 것들이 있었지 구성 자체는 좀 별로였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프로그램 자체가 영어를 배우는 게 목적이 아니라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중심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그 점을 생각한다면 괜찮았던 것 같지만 솔직히 수업시간을 제대로 채우지 않은 것도 그렇고 실제로 수업시간에 한 내용들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은 거의 매일 오후 활동이 있었다. 특히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은 수업에 포함되는 활동이었으므로 꼭 참여해야 했었고 수요일의 경우에는 가는 것은 개개인의 선택이었지만 이미 수업료에 포함된 활동이었다. 토요일의 경우에는 필라델피아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것이었는데 뉴욕과 워싱턴을 다녀왔다. 월요일과 금요일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가기를 추천하는 곳을 제시해 주었다. 이곳들은 수업료에 포함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가려면 개인이 사비를 들여서 가야 했다.

오후활동은 유니버시티 시티를 벗어나 필라델피아 시내 쪽으로 나갔다. 각 반의 선생님들이 우리를 인솔해서 목적지까지 데려가면 그 이후부터는 우리가 알아서 돌아다니고 다시 되돌아 와야 했다.

첫 주에 간 곳은 올드 시티(Old City)와 사우스 스트리트(South Street)였다. 올드 시티는 독립 전 미국의 수도였던 필라델피아의 역사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곳이었다. 제일 처음 방문한 곳은 방문자 센터였는데 그곳에서 필라델피아의 다양한 관광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 곳에서 독립기념관에 들어 갈 수 있는 표를 끊을 수 있었는데 입장시간이 한참이나 남아서 반 친구들과 함께 근처에 거리를 구경하고 역사적으로 유명하다는 크리스트 교회에도 다녀왔다. 근처 구경을 끝낸 뒤 입장시간이 다 되어서 독립 기념관에 들어가서 그 곳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이곳저곳 둘러보고 나왔다.

사우스 스트리트는 사진에서 보듯이 독특한 거리였다. 벽에는 독특한 벽화들이 그려져 있었고 신기한 물건을 파는 상점들이 많았다. 필라델피아의 유명한 음식인 치즈 스테이크라고 있는데 특히 사우스 스트리트와 5번가가 만나는 지점에 Jim’s Steak는 치즈 스테이크집으로 아주 유명한 곳이 있었다. 다들 30분정도 기다려서는 치즈 스테이크를 사서 2층에 올라가서 먹었는데 혼자 먹기에는 굉장히 큰 양이었고 맛도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 난 뒤에는 그 곳에 있는 상점들을 구경했는데 피어싱이나 악세서리 종류로 독특한 것들이 많았다. 주로 젊은 사람들이 많이 다녔는데 우리나라 홍대와 비슷한 듯 했다.

둘째 주에 간 곳은 비영리 단체와 필라델피아에서 가장 큰 시장을 갔다. ELP라는 단체는 비영리 단체로써 지적장애인들을 돌보고 교육시키는 단체였는데 주로 낮 시간동안 보호자들이 맡기고 간 사람들을 보호하며 간단하고 반복적인 일들을 교육시켰다. 이렇게 교육받은 사람들 중에는 실제로 취업을 한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그들이 하는 일은 무게를 달거나 종이를 파쇄하는 것과 반복적인 일이었다. 여기서 일하시는 분들은 사실 매일 매일이 너무 힘들지만 자신의 일을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말하셨는데 그 말이 감명깊었다.

필라델피아에서 가장 큰 시장인 Reading Terminal Market을 다녀왔는데 실내로 된 시장이었다. 그곳에는 작은 상점들이 빼곡하게 들어있었는데 주로 반찬거리들이 많았고 그 외에도 베이커리나 아이스크림가게들도 있었다. 이곳에서 선물로 가져갈 초콜릿을 사고 이것저것 구경하던 사이 PENN에서 나눠준 PENN노트를 잃어버렸다. 중요한 건 아니었지만 내가 이것저것 정보들을 적어 놓은 게 있어서 찾으려고 했지만 누가 이미 버렸는지 찾을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그리고 수요일 날에는 필라델피아에서 벗어나 50-60분가량 스쿨버스를 타고 농장으로 복숭아를 따러갔다. 굉장히 많은 과일들이 재배되고 있어서 복숭아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 트럭 같은 차 뒤에 앉아서 갔다. 처음 타보는 것이었는데 햇볕을 바로 쬐서 덥긴 했지만 재밌었다. 따기 전 농장의 주인아저씨께서 봉지를 나눠주셨는데 생각보다 작아서 다들 실망한 눈치였지만 따서 채워보니 며칠은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우리가 딴 복숭아 외에도 속이 노란색인 복숭아도 있었고 도넛모양처럼 생겨서 실제로 도넛복숭아라 불리는 것들도 있었다.

복숭아를 다 따고 나서는 농장 다른 쪽에 있는 동물들을 구경하러 갔다. 오리랑 양, 사슴들이 있었고 새들도 몇 마리 있었다. 그날 좀 덥고 습해서 힘들었지만 복숭아도 직접 따보고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저녁에 와서는 룸메이트 언니와 함께 복숭아를 먹었는데 맛도 괜찮고 특히 농장 주인아저씨께서 몇 개 따 주신 거는 특히 달고 맛있었다. 이 날은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만족했던 활동 중 하루였었다.

셋째 주에는 일종의 한국의 실버타운 같은 곳과 필라델피아 시내를 구경 갔다. 워터 마크(The Watermark)라는 곳은 돈이 있으면서도 자녀가 없거나 자녀를 다 출가시키고 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거주하시는 시설이었는데 그곳에서 한 시간 동안 학생 두 명이서 한 명의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부분 남들이 성공했다고 말하는 삶을 사신 분들 이어서 인터뷰하는 동안 그 분들의 삶 얘기나 조언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곳에 가기 전 선생님이 말하기를 한 시간 동안 계속 이 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말하기 예절이나 말하기에 좀 더 능숙해 질 수 있는 시간을 가지라고 했다. 사실 처음에 가기 전에는 실버타운 같은 곳이어서 이 활동이 별로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인터뷰를 끝낸 후에는 좋은 시간을 보낸 것 같아서 만족했다. 내가 인터뷰 했던 분은 뉴욕에서 패션계에 종사하셨던 할머니셨는데 자기 일을 사랑하고 사람을 동등하게 대하라고 조언해 주셨다.

목요일은 프로그램 끝나기 전 마지막 활동은 시내에 있는 큰 공원에 가는 것이었다. 그 근처에는 러브공원(Love Park)라고 해서 LOVE문양이 뒤에 분수를 배경으로 있는 곳이었는데 그 문양으로 인해 유명한 곳이었다. 그 곳을 둘러 본 후 필라델피아 시청도 바로 앞에 있어서 그 곳에서 사진도 찍은 후 주위에 작고 큰 몰들이 있어서 구경하는 것으로 필라델피아 시내 구경을 마무리했다.

이 전날 수요일은 저녁에 열리는 야구경기 관람을 갔었다. 필라델피아와 샌디에고팀 간의 메이저 경기가 필라델피아 경기장에서 펼쳐졌다.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사실 야구에 관심이 없어서 야구경기가 어떻게 풀리는지는 잘 몰랐지만 야구장을 처음 가본 것이어서 그런지 굉장히 들떴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중간 쉬는 시간에 필라델피아 마스코트가 나와서 춤추던 것과 전광판에 우리가 비춰졌던 순간이었다. 처음에는 들떠 있었지만 룰도 잘 모르고 야구라는 스포츠가 긴 시간을 끌어가는 것이어서 좀 지겨워하고 있었는데 옆에 우리 반과 C&C반 대만학생들 몇 명이 쉬는 시간 카메라가 돌아가는 시간에 막 손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정말로 카메라가 우리 쪽을 비췄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 모습이 전광판에 나오는 걸 봤는데 너무 신기하고 신났었다.

첫째 주와 둘째 주 토요일은 각각 뉴욕과 워싱턴을 방문했다. 이때는 관광버스 같은 것을 빌려서 다녀왔는데 아침 일찍 출발하여 저녁 늦게 돌아왔다.

첫째 주 뉴욕을 방문했을 때는 이 프로그램 이후에 개인적으로 뉴욕을 한 번 더 방문할 예정이어 주로 다운타운만 구경했다. 9시쯤 도착해서 자유의 여신상에 제일 먼저 갔다. 표를 끊어서 배를 타고 들어가서 구경하고 하느라 다시 뉴욕으로 나오니 12시가 넘어있었다.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월스트리트에 갔다가 지하철을 타고 소호로 갔다. 소호 근처에는 차이나 타운(China Town)과 리틀 이탈리(Little Italy)가 있었다. 차이나 타운에 가보았는데 정말 중국 사람도 많고 건물들도 다 중국 물건을 팔거나 중국 은행들이었다. 그리고 걷다보니 리틀 이탈리라는 간판으로 되어 있는데 그 근처 건물들이 미국식 건물과는 살짝 다르게 생겼다. 소호는 주로 쇼핑지역이었는데 다양한 숍들과 음식점들이 많았다. 그곳에서 구경을 마치고 이른 저녁을 먹고는 다시 필라델피아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지하철을 탔는데 지하철을 잘못타서 브루클린 다리까지 갔다가 다행히 거기서 우리처럼 길을 잃은 다른 반 학생들을 만나서 물어물어 다시 돌아 올 수 있었다.

들어보니 뉴욕의 다운타운의 경우 주말에 지하철 운행이 자주 바뀌는 경우가 많아서 지하철 타러 들어가기 전에 게시판을 확인하고 타야한다고 한다. 뉴욕에 대한 첫 느낌은 굉장히 복잡하고 생각보다 더럽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관광객도 많고 하니 거리 쓰레기통에 쓰레기도 넘치는 경우가 많았고 지하철도 급행과 일반이 제대로 구분이 안 되어 있어서 너무 혼란스러웠다.

둘째 주 토요일에는 워싱턴에 방문했다. 워싱턴은 필라델피아에서 뉴욕보다 한 시간 정도 더 걸렸다. 버스가 내려준 곳은 항공 박물관 앞이었는데 워싱턴의 박물관들은 이색박물관 몇 곳을 제외한 나머지 박물관들은 모두다 무료입장이었다. 항공 박물관도 무료입장이 가능한 곳 중 한 곳이었는데 볼 것도 많고 너무 잘 해 놓았다.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었다. 이 다음엔 국회의사당을 보고 다시 길을 따라 맨 끝으로 가면서 백악관과 링컨 기념비, 워싱턴 기념비들을 보고 다시 버스를 타러 돌아오는 길에는 워싱턴 자연사 박물관과 미술관을 들렸다.

워싱턴은 하루정도면 유명한 곳은 걸어서 다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이날 날씨가 너무 더워서 좀 지쳐서 밖에서 볼 것들은 오전에 보고 오후에는 주로 박물관을 구경했다. 그리고는 5시 반쯤 모여서 함께 미국의 기차역인 Amtrack 지하에 가서 저녁을 먹고는 돌아왔다. 워싱턴은 확실히 수도여서 그런지 굉장히 깨끗하다 느낌을 받았다. 뉴욕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였는데 집들이나 건물들도 뉴욕보다는 낮았고 왠지 안정감 있고 좋은 곳이라는 느낌이었다.

프로그램은 7월 29일 금요일 날 끝이 났다. 이날은 10시까지 각 반에서 수업 밑 도넛파티를 하고 10시부터는 밑에 큰 수업교실에서 프로그램 증명서 수여식을 가졌다. 그동안 우리가 다니면서 찍은 사진을 슬라이드로 만들어서 같이 보고 개개인마다 이름을 불러서 수료증을 나눠주었다. 이후 점심 후에는 볼링장에 가서 볼링파티를 하였다. 볼링장도 처음 가보는 것이었는데 처음에는 공이 무거워서 잘 못했는데 하다 보니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놀았다. 마지막으로 반 친구들과 선생님과 사진도 찍고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지하철을 타고 기숙사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다들 너무 아쉬워 하는 것이 눈에 보여 나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든 친구들과 헤어지는 게 좀 섭섭했다. 오후 활동을 많이 하는 프로그램이었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다른 나라 친구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우리 반은 거의 다 대만학생이었지만 C&C반 학생들 중에는 유럽학생들도 많아서 오후 활동하면서 말도 나눠 볼 수 있고 해서 좋았다. 다른 나라 학생들과도 친해지고 미국 생활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계기였기 때문에 수업내용이 좀 아쉽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즐겁고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개인여행-아틀란틱시티, 뉴욕>

프로그램이 끝난 후 그 주 토요일 날과 일요일은 아틀란틱 시티와 뉴욕을 방문했다. 아틀란틱시티는 룸메이트 언니와 언니 친구 두 명과 함께 미국 기차인 Amtrack을 타고 한 시간 반 정도 걸려서 갔다. 그곳엔 바다와 해변, 카지노와 쇼핑몰들이 있는 관광도시였다. 관광도시여서 그런지 기차에서 내려오니 아틀란틱시티 중심가로 데려다 주는 무료셔틀버스가 운행했다. 해변가에 내려서 바다 구경을 한 뒤 점심을 먹고는 근처에 있는 카지노에 구경을 갔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나는 만 21살이 안 되어서 카지노 구경을 할 수 없었다. 언니들이 카지노 구경을 끝내고 온 뒤에는 같이 근처에 있는 몰들에 구경을 갔다. 7월 말이어서 그런지 할인이 하는 매장들이 많아서 사고 싶은 것들은 많았지만 너무 과소비 하는 것 같아서 부모님 선물만 사서 돌아왔다. 필라델피아에서 별로 멀지도 않고 날씨도 좋고 구경도 재밌게 해서 정말 즐거웠다.

다음날은 혼자서 메가버스를 타고 뉴욕엘 갔다. 혼자 가는 건 처음이라서 좀 무서웠지만 저번에 뉴욕을 다녀와 보니 관광객도 많고 동양인도 많아서 괜찮을 것 같았다. 다만 어두울 때 돌아오면 좀 위험할 것 같아서 일부러 새벽 일찍 갔다가 해가 지기 전에 돌아왔다. 메가버스를 처음 타 봤는데 출발할 때는 지체되지 않았지만 뉴욕에서 돌아올 때는 30분 정도 버스가 늦게 와서 필라델피아에 예상시간보다 좀 늦게 도착했다.

룸메이트 언니 말에 따르면 필라델피아에서 뉴욕으로 갈 때는 볼트버스를 이용하는 게 좋다고 한다. 볼트버스틑 늦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기다리는 경우가 많이 없다고 한다. 어쨌든 뉴욕에 잘 도착해서 이번엔 미드타운을 구경 갔다. 타임스퀘어와 한인타운을 구경 갔는데 타임스퀘어는 확실히 화려하고 정말 중심가답다는 생각을 했다. 개성 넘치는 상점들도 많아서 구경하느라 시간을 좀 보낸 뒤 박물관에 가기 위해서 지하철을 타고 갔다. 이날은 다행히 지하철을 잘 알아보고 타서 그런지 다른 곳으로 가진 않았다. 점심 이후에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갔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다들 줄서서 보는 탓에 시간이 모자라 몇 관 밖에 못 볼 것 같아서 포기하고 돌아오는 길에 센트럴 파크에 들러서 잠시 쉬다가 한인타운 구경을 갔다가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첫 여행에 혼자 가는 것이어서 좀 무섭기도 했지만 한 달 동안 생활해보니 조금만 주의를 한다면 미국은 혼자 다녀도 괜찮을 곳 같았다. 다행히 대학교가 많은 곳이라 안전해서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처음엔 시차적응도 힘겹고 날씨도 38-39도까지 올라가서 힘들었지만 돌아올 땐 좀 더 머물렀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미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미국생활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즐거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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