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W

저는 미국 시애틀에 위치하고 있는 워싱턴대학교에 English and Culture 라는 프로그램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워싱턴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은 미국 북서부에서 가장 큰 대학으로 운치있는 아름다운 캠퍼스로 유명한 곳입니다. 미국 서부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1861년 설립)이기도 한만큼, 학교 건물 하나하나가 마치 유적지처럼 전통이 살아 숨쉬는 곳이랍니다. 2010년에는 Academic Ranking of World Universities에서 16위, Times Higher Education World University에서 23위를 차지하여 명문 학교 중 한군데로 꼽히는 곳입니다. 3주간 시애틀에서 생활하면서 각국에서 온 여러 친구들을 만났고, 여러 장소를 여행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배운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English & Culture라는 어학 프로그램에 관하여

제가 이 프로그램은 선택하게 된 이유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에 관해 알아가는 시간을 수업을 통해 가지면 좋겠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러 곳을 많이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한 장소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생활’을 하면서 잠시나마 그곳의 문화를 체험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교제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많은 친구들이 여러 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점에서 랩투어를 선택하지만, 저는 어학연수가 그런 점에서 장점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이 영어수업을 받는 그 장소 안에서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새롭게 만나볼 수 있고, 3주라는 시간동안 그 친구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정서적 교감을 하면서 다른 문화를 접하는 방법을 배우고, 더 나아가서는 지속적인 교류를 통하여 3주의 시간을 넘어 그 경험을 더 연장시켜 나갈 수 있으니 더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가끔 생각날때면, 이 프로그램에서 만난 대만친구와 덴마크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페이스북을 통해서 서로의 근황을 전하곤 합니다. 다음 겨울에 홍콩에서 덴마크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이런 경험은 어학연수가 아니였다면 조금 어려웠을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워싱턴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English & Culture프로그램은 방학동안만 진행되는 프로그램입니다. 대학부설 어학프로그램이 시기별로 내용이 좀 다른데, 이 프로그램은 방학을 맞이하여 단기로 여행 겸 오는 학생들을 위해서 개설한 프로그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기 중에 개설되는 수업보다 더 자유롭고, 수업이 activity 위주로 진행됩니다. 수업이 끝나면 방과후 field trip이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마다 준비되어 있는데, field trip은 본인이 합류하고 싶으면 합류하고 하기 싫으면 따로 구경해도 됩니다. 시애틀의 유명한 장소를 모두 갈 수 있기 때문에, 따로 가이드북을 보면서 어렵게 찾아가지 않아도 되기도 하지만, 현지에 오랫동안 살고 계신 선생님들이 직접 안내해주고, 또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과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것 같습니다.

기숙사 생활(숙식)

워싱턴대학으로 가기로 결정을 했을 때, 숙식에 관한 옵션은 두가지가 있었습니다. 홈스테이에서 지내는 것과 학교기숙사를 이용하는 것. 친구와 같이 가기로 결정한 상태였고, 한국에서 이미 룸메이트로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 만난 외국인친구와 방을 써보고 싶어 기숙사를 선택하였습니다. 그리고 국제교류팀께 서로 다른 방이 되게 해달라고 얘기를 했더니 학교 측에 부탁을 해보겠다고 하셨는데, 중간에 무슨 착오가 있었는지, ^^; 도착하고 방배정을 받아보니… 둘이 같은 방이더라구요. 그래서 외국인 친구와 룸메이트는 못하게 되었지만, 기숙사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같은 프로그램으로 온 다른 친구들 중 60-70%정도가 기숙사를 이용합니다.

식사는 기숙사 지하에서 하는데, 뷔페식 식사입니다. 샐러드와 피자, 파스타, 매일 바뀌는 메인메뉴, 각종 음료수, 디저트 등등… 보기만 해도 황홀한 학식이 있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세끼를 거의 그렇게 먹다보니 살찌는 걸 피할 수 없었지만 아마 음식이 맛있어서 3주 내내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미국은 정말 풍요로운 나라구나 싶기도 하고, 이걸 먹고 살이 안찌는 사람들은 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하고 의구심이 들기까지 하더라구요. ^^ 기숙사 식당은 뷔페식이고 학교 내에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여러 곳 있는데, 밀카드에 일정 금액을 충전해놓고 먹을 때마다 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입니다. 원하는 메뉴를 금액과 기호에 따라 유동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한가지 메뉴에 질릴 일은 없습니다.

연수기간동안 만난 사람들

연수기간동안 가장 즐거웠던 점은, 여러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서로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저는 워낙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거는 편이라 외국인 친구와 어울려 지내기가 더 쉬웠던 것 같습니다. 같이 갔던 민주와 다른 반이 되는 바람에, 저희 반 친구들과 다녔는데, 저희 반엔 한국인 비율이 높지가 않아서 덴마크에서 온 쌍둥이와 친하게 지냈습니다. 그 친구들은 19세 고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한국과는 사고방식이 매우 다른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2년간은 전 세계를 여행 다닐 거라고 말해서 조금 놀랐습니다. 미국나이로 19세면 저보다 1살이 어린것인데, 한국이라면 대학에 한참 다니고 있을 나이인데, 고등학교 졸업 후 2년이나 더 여행을 한다니. 한국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게다가 덴마크에서는 보통 졸업을 27살에 한다고 해서 더욱 놀랐습니다. 만으로 나이계산을 하고, 남자들이 우리나라처럼 군대를 가지 않는다고 생각해 볼 때, 대학졸업이 너무 늦었습니다. 그래서 왜 이렇게 졸업이 늦은지 물으니, 중간 중간 하고 싶은 일을 해서 그렇기도 하고 졸업이 어려워서 그렇다고 하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이야기해주자 졸업이 왜 그렇게 빠르냐고 하면서 놀라길래, 그 반응에 저도 놀랐습니다. 아무리 덴마크와 한국이 다르다지만, 그렇게나 차이가 날줄은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작은 것들도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너무나도 큰 차이가 났습니다. 서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살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면 항상 헤어지는 시간이 아쉬워 포옹으로 작별을 나누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야외수업을 한날 찍은 것인데, 이날 독일인 친구인 Lena의 생일을 맞이하여 Gas Work Park에서 조촐한 생일파티를 하였습니다. 각자 자신의 나라에서 부르는 생일축하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덴마크 쌍둥이 친구가 축구를 하자고 해서 축구를 하기로 하였는데, 그냥 축구말고 더 재밌는 걸 해보자고 제안을 하기에 무엇인가 하고 궁금하였습니다. 덴마크 친구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기에 보았더니, 종이컵에 구멍을 뚫은 것이었습니다. 덴마크에선 종이컵에 구멍을 뚫고 위에 사진처럼 머리에 쓰고 축구하는 놀이를 많이 한다고 하여 모두들 하나씩 종이컵 안경을 머리에 얹고 축구를 하는데, 눈 두 개가 그렇게 고맙게 느껴질 수가 없었습니다. 시야가 얼마나 가리던지, 공을 제대로 볼 수가 없어서 다들 넘어지고 헛발질하고… 조금 힘들긴 했지만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덴마크에서도 대학 입학 때 우리가 OT를 하듯이 캠핑을 가는데, 술도 많이 마시고 저런 게임도 하고 한다고 하니, 그곳 대학생들은 어떤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해졌습니다.

미국의 독립기념일

연수기간에 운이 좋게도 미국의 최대 공휴일중 하나인 독립기념일이 끼어있었습니다. 시애틀에서는 매년 독립기념일이면 이 Gas Work Park에 모여서, 공연도 보고 앉아서 맥주도 마시고 하다가 밤에는 Fire Work를 한다고 합니다. 이날 터뜨린 폭죽이 약 5억원어치라는데, 밤에 불꽃놀이를 구경하면서 역시 미국은 스케일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애틀의 시민이 모두 모인 것처럼…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미국인을 한곳에서 보긴 처음이었습니다. ^^; 모든 행사가 끝나고 이곳을 빠져나가느라 애먹었던 기억이… 좋은 자리에서 불꽃구경을 하기위해 낮부터 저렇게 사람들이 기다리는데, 그런 건 어딜 가나 매한가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잔디밭에 누워서 음악도 듣고 책도 듣고 하는 것이 참 좋았는데, 한국에는 잔디밭이 너무 정돈이 잘 되어있어서 저런 건 꿈꿀 수가 없으니 요즘 가끔 저런 미국문화가 그리워 집니다.

경유지 대만에서…

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는 대만을 경유하는 비행기였는데, 경유시간이 12시간 정도 되어 상당한 걱정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대만에 도착하니, 대만 관광청에서 대만관광을 홍보하기위해서 경유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시티투어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비용이 무료였기 때문에 아무런 부담 없이 대만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박물관, 유적지, 시장 이렇게 돌아다녔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도자기를 파는 거리였습니다. 대만은 도예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꼭 가봐야 할 곳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특이하고 예쁜 작품들이 많습니다.(다만, 가격이 비싸서 구입은 좀 무리입니다… ^^;;) 저희랑 같이 투어에 참여했던 스리랑카 부부가 있었는데, 그분들도 상당히 도자기에 관심을 많이 보이셨습니다. 사려고 하시다가 운반상의 이유로 포기하긴 했지만, 워낙 멋진 작품들이 많으니 볼 때마다 모두들 wow를 연발할 정도 였습니다.

어학연수를 기간동안 많은 대만친구들을 만났는데, 대만을 구경하는 내내 그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라, 그 장소가 더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한국에서 대만은 3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방문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기초적인 중국어를 조금씩 사용하면서, 중국어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대만에서 대만구경을 더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다녀와서

외국에 한 달이라는 길다면 긴 시간동안 나가는 것이 처음이라 조금은 걱정했지만, 시행착오를 여러 번 거치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경험해보지 않은 것들은 때로 너무나 큰 두려움을 가지게 하는데, 무엇이던지 먼저 부딪혀보려는 태도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시애틀, 첫날 기숙사 체크인신청이 잘못되어 잠을 잘 곳이 없어 공항 근처에 여인숙을 찾아서 잠을 잤고, 학교 캠퍼스가 너무 커서 그 무거운 짐을 끌고 1시간가량 헤매었고, 때로는 학교로 돌아오는 버스를 찾을 수 없어 시내를 배회하기도 했지만, 곧 그곳에 익숙해졌고, 매일 아침 혼자 공원을 따라 산책하는 여유도 가질 수 있게 되었으며, 이젠 어디서라도 뭐든지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 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나중에 홍콩에서 한번 만나자고 약속을 했는데, 그때는 또 어떤 새로운 일을 하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학교가 저에게 이런 기회를 가지게 해주어서 너무 감사하고, 더 열심히 해서 더 훌륭한 사람으로 거듭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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